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로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이 소환을 통보한 전교조 조합원은 189명에 달해 역대 전교조 관련 공안사건 중 수사선상에 오른 인원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경찰은 이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과 정황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소환 대상자들의 무더기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교조가 본격적인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당시 교사 1만6171명의 서명을 받아 미디어법 개정 중단과 대운하 추진을 비판하는 1차 시국선언으로 정진후 위원장 등 86명이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됐다.

12월에는 '민주주의의 위기,시국선언 탄압 규탄'이라는 2차 시국선언 발표를 주도한 정 위원장 등 조합원 73명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앞서 작년 1월에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교육감 후보를 조직적으로 도운 혐의로 전 · 현직 교사 21명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전교조는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한 경우 형량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고 조합원 한 명당 기부한 정치자금 액수도 많아야 수십만원 수준에 그친 점에 비춰 소환대상 조합원 대부분이 구속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 못지않게 교육과학기술부의 징계 수위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정부에서 과도한 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결국 전교조를 와해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현재 상황을 조직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의 최대 위기로 규정하고 모든 역량을 정부의 공세에 맞서는 쪽으로 모으기로 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