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따스한 봄철에 비해 전립선 고장으로 오줌길이 막히는 급성 요폐 환자가 최고 20% 증가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전립선학회(회장 이현무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활용해 2004년부터 5년간 치료받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진료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 346만2273일이던 요양일수(환자 입원치료일의 합계)는 2008년 659만8787일로 90% 증가했다. 또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내원일수(환자 외래진료일의 합계)도 같은 기간 182만7996일에서 305만7111일로 70% 늘었다. 월별 내원일수는 2008년의 경우 기온이 낮고 송년회가 몰려 있는 12월이 29만137일로 날씨가 따스한 6월의 24만1195일보다 20%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립선비대증 등에 의해 갑자기 오줌길이 꽉 막히는 급성요폐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2월에 1640명의 환자가 발생,6월 1346명보다 21.8%나 많았다.

이현무 교수는 "기온이 떨어지면 요도 주변 근육이 수축해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도 오줌길이 제대로 넓혀지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오게 된다"며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과음 후 잠이 들거나 추운 날씨에 장시간 떨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음주시에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체내로 들어오지만 겨울이라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량도 적다"며 "겨울은 여름에 비해 방광에 차는 소변량이 더 많으므로 급성요폐 환자가 늘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남성의 방광은 보통 400~500㏄의 소변을 담아둘 수 있는데 요도가 막히면 2100㏄를 담아둘 정도까지 부풀어 오른다. 급성요폐는 아랫배를 쥐어짜듯 아프게 만들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배를 잡고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한다. 급성요폐증이 생기면 곧바로 응급실로 가 카테터로 소변을 빼야 한다. 이형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급성요폐로 병원에 올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미 방광이 2~3배 정도 팽창돼 있고 방광의 수축 · 이완 능력이 저하된 상태"라며 "이런 환자는 요도관(카테터)을 3~7일 더 달고 다니면서 방광의 수축 · 이완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약물은 전립선근육의 긴장도를 낮춰주는 알파차단제와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가 쓰인다. 알파차단제는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에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게 된다. 5-알파환원 효소억제제는 복용 후 3~6개월 이후부터 증상을 개선하는데 급성요폐의 발생이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가능성을 감소시켜 준다.

수술은 경요도전립선절제술(TURP)이 가장 흔한데 표준적인 방법이다. 요도에 내시경을 넣어 비대한 전립선을 전기칼로 긁어내는데 흉터가 남지 않지만 수술 후 3~5일간의 입원이 필요하다. 수술 후 요도 출혈이 생기므로 이를 빼내기 위해 요도관을 삽입해야 한다. 비대조직을 완벽하게 제거하려고 시도하다 보면 전립선 피막이 손상돼 대량 출혈이 발생하거나 소변조절 괄약근을 건드려 요실금이 발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출력 KTP레이저로 전립선비대조직을 기체 상태로 태워 없애는 전립선기화술과 홀뮴레이저로 귤껍질 까듯 전립선피막으로부터 비대조직을 분리 · 적출하는 '홀렙(HOLEP)'수술이 대안이 된다. 전립선기화술은 비대조직을 태워 없애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제거할 수 있는 양에 제한이 있다. 경요도전립선수술과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비대조직을 절제할 경우 피막 또는 괄약근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홀렙 수술은 10여년 전에 개발돼 선진국에서 시행돼 왔으나 수술테크닉을 배우는 게 쉽지 않아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부산대병원,국립의료원 등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조직을 피막에서 벗겨내는 적출과정에 40여분,조직을 방광으로 이동시켜 분쇄 · 배출하는 데 15분 등 수술에 1시간가량이 걸린다. 통상 제거할 비대조직이 클 경우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나 KTP전립선기화술은 두 번에 걸쳐 수술해야 한다. 또 전립선기화술은 수술 중 조직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립선조직에 생긴 악성종양을 놓칠 수 있다. 홀렙 수술은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경요도절제술(30만원 안팎)보다 4배 정도 비싼 12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70건의 홀렙 수술을 시행한 서울대병원 비뇨기과의 오승준 교수는 "홀렙 수술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비대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재수술을 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적어 오히려 경제적"이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