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ㆍ숙대 2년째 동결선언…대부분 "논의 중"

일부 대학이 잇따라 2010학년도 등록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등록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서울 주요 사립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위기로 등록금 동결 움직임이 급속히 퍼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제 상황이 다소 나아졌고 물가상승 등 자연적인 등록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도 무시 못해 2년 연속 등록금을 묶어두기엔 대학들도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는 최근 올해에 이어 내년도 등록금도 올려받지 않겠다고 밝혔고, 서울여대는 지난 11월 일찌감치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먼저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

이들 대학은 한결같이 "전반적인 경기 불황을 고려했으며, 사회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대와 숙대는 이와 더불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기 위해 장학금 20억∼30억원을 확충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은 등록금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 중이다.

전국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각 대학이 앞다퉈 동결을 발표한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등은 아직 내년도 등록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조차 개시하지 않은 상태다.

홍익대, 건국대, 세종대 등도 동결 여부 결정을 놓고 고민 중이다.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자발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데다 올해 초 교과부가 대학 재정 지원사업과 등록금 인상률을 연계한다고 발표한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물가상승률 등 최소 6∼7%의 등록금 인상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동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릴 필요가 있어 2년 연속 등록금을 묶어두겠다고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대학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분위기라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