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서민석 부장판사)는 30일 '386 창업신화'로 주목받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철상(42)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로 하여금 이씨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상법상 자기주식 취득금지 조항을 위반하고 회사 소유 주식을 개인채무 담보로 제공했으며 금융기관에 양도담보로 제공된 자재 22억7천만원 상당을 빼돌렸다는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공소사실 가운데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상증자를 한 뒤 증자대금 90억원을 챙겼다거나 투자금융업체 간부와 짜고 19억원을 가장납입해 만든 유상증자 주식을 최종부도 정보가 공개되기 직전에 팔아넘겨 9억6천만원의 손실을 피했으며 연구소를 대전으로 옮기겠다며 대전시로부터 18억7천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혐의 등 상당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되는 공소사실의 범행 방법과 피해규모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해 대부분이 회복됐고 휴대전화 제조업체 VK를 경영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 공소사실 중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보다 더 많은 점 등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386세대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다는 정치적 이유로 수사대상이 돼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하지만 정치적 배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인정 여부와 인정되는 사실에 대한 법리적 판단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배임과 횡령 등으로 회사에 3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가 4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검찰은 이씨에 대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19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을 맡아 학생운동을 주도한 핵심 '386 운동권' 출신으로, 2002년 설립한 VK가 중견 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로 휴대전화를 생산하면서 2004년에는 매출 3천800억원, 영업이익 230억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일궈내 '386 창업신화'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