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가 재개발 시스템 만들어야"

철거민과 경찰관 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와 관련해 보상 등을 둘러싼 협상이 근 1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서울 시내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이 진행되는 곳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측과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또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원주민이나 상가 세입자 등의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 세입자에게 이사비와 영업손실 보상비 정도를 보전해줄 뿐 재입주 자체가 어려운 지금의 재개발 보상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참극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사비와 보상비가 가구당 2천만∼3천만원에 불과하고 세입자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에 대한 보상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아 재개발에 들어가면 세입자는 큰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김남근 변호사는 "권리금에 포함된 시설투자비 정도는 보상금에 포함해야 한다.

또 일본처럼 개발 이익의 30∼40%에서 재입주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영업할 수 있게 비용 전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사업을 조합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을 중재하고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조합과 세입자는 이해관계 때문에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어 정부가 뒷짐 지는 상황에서는 또 다른 참사의 소지를 늘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큰 재개발 사업의 경우 조합과 세입자가 시간을 두고 타협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오동훈 교수는 "지가가 비싸 사업성 확보를 위해 너무 서두른 것이 이번 참사의 한 원인"이라며 "국가가 지원하고 민간도 손해를 조금 감수해 영세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도 "더는 개별 협상에 맡길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입법화 과정을 거쳐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이상현 기자 ahs@yna.co.kr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