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철거민과 경찰관 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협상이 3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올해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의 남일당 4층 건물을 점거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붙어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345일 만에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29일까지만 해도 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에는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희생자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었고, 경찰도 주변에 전ㆍ의경 1~2개 중대를 배치하는 등 협상 타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유족 상황을 대변해온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도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용산참사 해결 촉구 문화제'란 올해 마무리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사실 그동안 범대위와 협상 파트너인 서울시 및 정부 사이에 접점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경찰 강제진압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 진상 규명 및 수사기록 3천쪽 공개 등을 요구해 왔으며,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수배 중에도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이었다.

반면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참사를 '철거민 과실로 일어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생계유지 수단을 위한 유족 측의 보상 요구도 "관련 근거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해왔다.

정운찬 총리가 10월3일 추석을 맞아 용산참사 분향소를 방문해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힐 때만 해도 사태 해결 조짐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정부가 수억원의 장례식장 비용 부담, 유족에 대한 금전적 보상, 재개발지역 철거민 생계보장 특별법 제정 등 범대위 측의 요구가 과다하다고 판단하면서 대화는 다시 흐지부지됐다.

여기에다 법원이 지난 10월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 등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철거민 7명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참사 원인 등에 대한 공방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도 "사태 해결 방안으로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

지금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낀 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불어나는 시신 안치 비용과 경찰력 낭비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순천향병원에 따르면 희생자 5명의 장례식 비용과 사체 안치 비용 등 지금까지 받지 못한 비용이 5억7천만원 상당에 달했고, 하루 사체 1구당 9만6천원씩 매일 48만원이 추가됐다.

용산경찰서는 분향소 주변 주차장에 전경 버스 3대와 전·의경 80~90명을 항시 배치해놓고 3교대 근무해 왔다.

그러나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는 30일 용산4구역재개발조합 측과 보상 등을 놓고 근 1년 만에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