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연애기술ㆍ군생활 교습..웨이터.블로거 되는 법 교육
배움의 영역 확장 VS 돈벌이 수단


군대 체험 학원, 연애 학원, 웨이터 학원, 파워블로거(인지도가 높아 방문자 수가 많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 학원, 혈액행별 공부관리법 학원…
설마 이런 것까지 가르칠까 싶지만, 정말 이런 것도 가르친다.

바야흐로 학원 전성시대다.

이제 더는 학원이 주요 과목의 보충학습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학원의 종류도, 학원 수강생들의 수강 목적도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 연애.결혼.군대도 학원에서
충북 보은군에 있는 '군대 미리 알기 체험장(PMIC)'은 입대를 앞둔 예비 장병이 병영 생활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일종의 군대 학원이다.

PMIC는 30여년간의 군 생활을 마친 박동호(예비역 육군 중령) 씨가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앞으로 펼쳐질 2년간의 군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만들었다.

조만간 개원할 예정이다.

체험 참가자들은 2박3일 동안 군 체험장에 머물며 군 일과표에 맞춰 훈련을 받는다.

전투복과 전투모, 전투화를 착용해야 하고 모의소총도 받는다.

자유 배식, 식기 세척, 청소, 점호부터 불침번 근무까지 군 생활을 미리 해 볼 수 있다.

자신이 희망하는 군 주특기를 배정받는 방법, 그 주특기에 따른 부대 배치, 보직 종류 등 실질적인 군대 정보도 익힐 수 있다.

박씨는 "미리 군 생활을 학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며 "군대가 편하지는 않지만, 무의미하게 보내는 2년이 아니라 자기 계발과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PMIC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사랑을 운명에 맡기지 않고 더 나은 연애와 결혼을 위해서도 학원 문을 두드린다.

결혼전문업체 듀오는 올해 5번에 걸쳐 '혼활(결혼활동)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정원의 7배가 넘는 참가자가 몰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혼활이란 때가 되면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직을 준비하듯 더 나은 결혼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세미나는 이성의 마음을 파악해 성공적으로 이성을 유혹하는 법, 연애 화술, 연애 심리학, 이미지 메이크업 등 매력녀와 매력남이 되는 법을 가르친다.

윤영준 듀오 홍보팀장은 "반응이 뜨거워 내년부터는 일회성 세미나가 아닌 정기적인 학원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과 홍대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이미 연애전문이라는 간판을 건 학원들이 들어서 인기리에 성업 중이다.

◇ 新문화가 낳은 新학원
학원은 사교육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열풍에 합류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도 붐빈다.

블로그가 개인 표현의 수단을 넘어 기업광고수단이나 출판업계의 러브콜을 받는 1인 창업수단으로 떠오르자, 파워블로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이 재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중앙정보처리학원은 지난해 4월부터 '프로 블로거 마케팅 과정'을 운영해 현재까지 5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강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게시글 쓰는 법, 사진 수정하는 법,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만드는 법, 블로그 홍보하는 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강생 대부분은 주부, 학생, 직장인 등 일반인이며, 이들은 입문반, 실전반으로 나뉘어 모두 32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문일 중앙정보처리학원 과장은 "수강 후 실제로 활발히 블로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수입은 천차만별이지만 연간 3천만 원 이상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혈액형별 자녀관리법' 강의는 4∼5년 전 시작된 혈액형 열풍을 반영해 지난해에 개설된 인터넷 강좌다.

이 강좌는 25년 이상 학원에서 강의 경력을 가진 학원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학생들의 혈액형에 맞는 학생 지도방식을 가르친다.

주로 학원 강사들이 수업을 듣고 있지만, 학부모들도 자녀를 지도하려고 듣기도 한다고 사이트 관계자는 전했다.

장치운 서울강사연수스쿨 과장은 "혈액형별 자녀 관리 방법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학원현장에서 경험적으로 습득한 관리법"이라고 전했다.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는 수강 후 곧바로 취직이 보장되는 '웨이터 학원'을 낳았다.

웨이터가 되는 데 교육까지 필요할지 의아하지만, 웨이터 30년 경력의 윤민호 원장은 "고객을 유치하는 대로 수당이 붙는 직업 특성을 고려할 때 고소득의 전문 웨이터가 되려면 고객 관리방법, 술 종류, 홀 관리 업무 등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에 개강한 이 학원을 거쳐 간 수강생만 40여 명에 이른다.

윤 원장은 "4주간의 훈련과정을 거치면 일반 직장인 정도의 월급을 벌 수 있다"며 "구직 청년들에게 웨이터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수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교육 구매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원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만 학원의 목적이 돈벌이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