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직접 집필하지 않고 아이디어나 소재, 자료를 제공한 것만으론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대학강사가 저술한 대학교재를 무단으로 공저로 출간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무고)로 기소된 H대학 이모(58)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외부로 표현되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집필) 사람만이 저작자가 된다"며 "그렇지 않고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 것만으론 저작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설령 실제 저작자와 공동저작자로 표시하기로 합의했더라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해당 저작물의 창작적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않은 피고인을 공동저작자가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책의 골간과 사상이 자신의 아이디어이고 단순한 지도ㆍ감독 이상으로 저술 과정에 깊이 관여해 공동저작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간단한 수정이나 교정작업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같은 대학 시간강사인 정모씨가 대학교재 출간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공저 출간을 제안해 추진하다 정씨가 이를 거절하고 단독 출간하자, 정씨가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허위로 고소하고 표제만 다른 동일한 내용의 책을 정씨와 협의 없이 공저로 출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교수는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