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만 괴롭혀" 아버지 살해
"범행 들통날까 봐" 두둔하던 어머니도 살해


전남 영암의 공무원 부부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이 부부의 큰아들인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아들은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물론 범행이 들통날까 봐 어머니까지 살해했다고 말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 공무원 부부 숨진 채 발견
28일 오전 9시 20분께 전남 영암군 영암읍 영암군청 직원 김모(51.6급)씨 집에서 김씨와 부인 조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머리 등에 둔기로 수차례 얻어맞은 채 안방에서, 조씨는 흉기로 10여차례 찔린 채 부엌에서 숨져 있었다.

김씨는 지난 24일 밤 동료와 회식을 하고 귀가했으며 크리스마스 휴일인 다음날 보성 녹차밭에 있는 대형 트리를 보러 갈 예정이었나 주변 사람들과 연락이 끊겼다.

김씨는 연휴 끝인 28일에도 출근하지 않아 이를 이상히 여긴 동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 용의자는 `큰 아들'
경찰은 이들 부부의 큰 아들(24)이 24일 이후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대문 등이 잠긴 점 등으로 미뤄 가족의 범행일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다.

아들 김씨는 부모의 사망 사실을 전해듣고 태연하게 경찰에 출석해 유족조사를 받았으나 차 안에 있는 핏자국 등을 들이댄 경찰의 추궁 끝에 2시간여만에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24일 저녁 족구동호회 회원들과 식사를 한 뒤 오후 10시께 집에 갔다가 어머니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그만 괴롭히라'고 따져 말다툼을 벌였다.

아버지는 김씨의 뺨을 2차례 때렸고 이에 격분한 김씨는 둔기로 아버지의 머리 등을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뒤 범행 사실이 발각될 까봐 어머니까지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살해했다.

군 복무 중인 동생 1명을 두고 있는 김씨는 지난 6월 제대해 아직 대학(4학년)에는 복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와 각별히 지냈으며 엄한 성격의 아버지와는 간혹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술도 마시지 않은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씨는 강도사건으로 위장하려고 집 안을 어지럽히고 목걸이, 반지 등 귀금속 30여점을 들고 집을 나섰다.

김씨는 범행 후 광주 여자친구 집, 장흥 등을 돌아다니다 유족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가기 전 야산에서 피 묻은 옷을 태우고 저수지에 흉기와 둔기를 버렸다고 말했다.

◇ 경찰 수사
경찰은 집 안 곳곳을 뒤진 흔적이 있는 점으로 미뤄 강도사건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봤으나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될 당시 대문이 잠겨 있고 반항한 흔적이 뚜렷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가족 등 면식범의 소행 쪽으로 수사방향을 잡았다.

경찰은 숨진 부부와 유일하게 함께 사는 아들이 24일 밤 이후 귀가하지 않은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 유족 조사 중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집 인근 야산에서 김씨가 피 묻은 옷과 수건을 태운 흔적을 발견했으며 김씨가 둔기와 흉기를 버렸다고 말한 저수지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