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해 몰래 마시고 구토연기…실형 선고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생수에 희석시킨 염산을 들이키는 엽기 행각을 벌인 30대 남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7일 서울 북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8월 A(여)씨가 운영하는 주점에 이모(32)씨가 저녁 무렵 혼자 들어왔다.

평범한 회사원 차림의 이씨는 망설임 없이 술과 안주를 주문해 밤을 새우며 마셨다.

그렇게 마신 양주 3병과 안주가 총 54만여원 어치.
이튿날 새벽 4시께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A씨도 영업을 마치려 할 무렵 이씨는 갑자기 자리에서 쓰러지더니 음식물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술집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A씨와 종업원들에게 "물맛이 왜 이러냐. 너희가 이상한 물을 줘서 이렇게 됐으니 책임져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에 당황한 A씨는 황급히 구급차를 불러 이씨를 인근 병원으로 보내고서 자신은 일단 사태를 수습하려 술집에 남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피던 A씨는 물컵에서 시큼한 약품 냄새를 맡았지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주점에 남아있던 다른 손님이 "구급차에 실려간 사람이 좀 전에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 물잔에 넣은 것 같다"고 A씨에게 전했다.

이에 A씨는 이씨가 술집에 남기고 간 가방에서 희석된 염산이 담긴 500㎖ 생수통을 발견했다.

술값을 내기 싫었던 이씨가 '진짜'인 것처럼 연기하려고 약국에서 염산을 미리 사 물에 탄 뒤 주점에서 몰래 물잔에 따라 몇 모금 마신 것.
속은 것을 알게된 A씨는 급히 병원에 연락했지만 이씨는 이미 위 세척을 마치고 유유히 어디론가 도망친 뒤였다.

도피 끝에 11월 초 경찰에 체포된 이씨는 조사결과 특수강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일하던 주유소에서 200여만원을 훔친 혐의까지 받고 있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김춘호 판사는 공갈, 절도 등 혐의로 11월 구속기소된 이씨에게 "재범인 데다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