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가장 앞세우는 희망사항 중 하나가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이다. 다이어트 비디오테이프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가 매년 1월이라는 게 이를 말해 준다. 날씬해야 건강하고 남이 보기에도 좋으며 자신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은 연중 내내 다이어트에 나서지만 실제 살을 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몸무게 중 지방이 차지하는 체지방률은 20~25%가 적정한데 이를 초과한 경우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특히 얼굴살은 남고 뱃살이나 허벅지살,엉덩이살만 빠지길 바라지만 실제 다이어트를 해 보면 얼굴살은 쉽게 빠지지만 뱃살 등은 좀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지방을 지방세포에 저장하는 리포프로테인리파아제(LipoProtein Lipase:LPL)라는 효소가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다른 분포를 보이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 허벅지와 아랫배 · 엉덩이 쪽에,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은 복부에 이 효소가 활성화돼 있다. 이 효소가 많이 분포되는 부위는 살이 가장 빨리 찌고 반대로 가장 나중에 빠지므로 뱃살,허벅지살,엉덩이살은 잘 줄어들지 않는다.

더욱이 여성은 근육량이 매우 적고 체지방(주로 피하지방)의 비중이 높아 체중 감량이 여의치 않은 데다 다이어트 시도가 거듭 실패할수록 특정 부위의 지방이 사라지지 않아 부분 비만(군살)이 된다.

다 아는 얘기지만 벼락 다이어트는 건강에 해롭다. 배우 김명민씨는 루게릭병 환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석 달 만에 체중을 20㎏이나 감량했다고 한다. 그러나 밥을 굶어가며 급격하게 살을 빼면 지방뿐 아니라 근육과 수분이 소실되고 비타민 무기질 등 필수적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어 몸이 축난다.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누구나 가장 싫어하는 노화가 촉진된다.

갑작스런 체중감량 이후에는 담낭용종이 증가할 수 있으며 탈모,빈혈이 생기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상기도감염(감기)의 발병 횟수가 증가한다. 호르몬 분비 불균형으로 생리불순,심지어 불임에 이를 수 있다. 김씨의 경우도 두부로 극소량의 단백질만 섭취하고 배역에 맞는 우울한 생각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방법을 쓴 결과 체중 감량에는 성공했으나 이후 탈진과 저혈당,위장병을 앓았고 지금도 골밀도 저하와 소화불량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식사량 조절.전통적인 저열량 저지방 식사요법 외에 저탄수화물 식사요법,고단백 식사요법이란 개념이 새로 등장했다. 각종 최신 유행 다이어트란 것도 원리를 따지면 이들 세 가지 방법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

저열량 저지방 식사요법은 고지방식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구미를 당기는 성향이 낮아 비만 개선 및 심혈관질환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졌다. 여러 임상연구 결과 지방에 의한 에너지 섭취 비율을 10% 감소시킬 경우 하루에 16g의 체중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1년 이상 지속되지 않아 저지방 식사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저탄수화물 식사요법은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을 100g(하루 총 섭취 열량의 20%) 이하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탄수화물을 줄인 만큼 단백질과 지방에 의한 열량 섭취는 증가한다.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면 체중 감소 효과가 좋고 동맥경화 위험도와 혈당,혈중 인슐린,혈압이 떨어지는 성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12개월 이상 장기간 연구된 바는 없으며 고지방이나 붉은 고기는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고단백 식사요법은 최근 10여년간 부각된 방법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섭취량을 각각 45% 이하,30% 이하로 제한하고 단백질 섭취량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게 기본 원리다.

단백질은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커 섭취 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체내에 흡수된 아미노산은 근육의 단백질 합성을 증가시키고 지방을 산화시켜 신체 조성을 개선한다.

다이어트 요법을 비교 · 연구한 결과 고단백 식사요법은 저지방 식사요법,저탄수화물 식사요법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중성지방과 공복 혈당을 낮추며 몸에 이로운 고밀도지단백(HDL) 결합 콜레스테롤을 올리는 효과가 우수했다. 그러나 신기능이 저하된 사람이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신기능이 심하게 떨어질 수 있다.

고단백식 중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는 대장암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이보다 안전한 닭고기나 생선을 섭취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강재헌 교수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클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