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게는 더이상 신의 직장 아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과도한 임금체계를 하향 조정하고자 대졸 초임에 대한 삭감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정부는 이처럼 하향 조정된 임금 체계를 매년 입사하는 대졸 신입에 똑같이 적용해 향후 4~5년 내에 공공기관의 임금을 민간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선진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한 결과 252개 기관에 대한 대졸 초임 삭감 작업을 최근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기관의 대졸 초임 삭감률은 평균 15% 내외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삭감률이 26.2%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졸 초임이 2천만원 이상인 262개 기관이 초임 삭감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이후 기관 통폐합 과정을 거치면서 252개 기관으로 줄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당 공공기관들이 이사회를 통해 보수 규정을 모두 개정해 초임 삭감 작업을 마쳤다"면서 "올해뿐 아니라 내년부터 들어오는 공공기관 대졸 신입사원들은 이미 낮아진 초임 수준에 맞춰 연봉이 책정되며 예전 수준으로 원대 복귀는 절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게 정상이지만 노사 합의 사항이라 사실상 어렵다"면서 "기존 직원은 퇴직 등으로 자연 감소하도록 하고 신입 직원에 하향 조정된 임금 테이블을 계속 적용하면 4~5년 후에는 민간 기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공기관의 임금 구조는 올해 이전에 입사한 기존 직원과 올해 초임이 삭감된 신입 직원으로 나눠 별도의 임금 테이블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졸 신입의 평균 기본 연봉이 4천67만원이었으나 보수 규정 개편 후 평균 3천만원으로 줄었는데 올해 신입부터 계속해서 평균 3천만원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작년까지 입사한 신입 직원은 현 임금체계를 유지해 4천67만원부터 임금 테이블이 시작하게 된다.

즉 올해를 기점으로 공기업 내 임금 수준이 크게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공공기관 기존 직원의 경우 임금을 삭감하려면 노사 단체협약을 거쳐야 하지만 이는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정부와 공공기관장의 의지만으로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공공기관의 기존 직원 임금을 동결하는 정도의 조치 밖에 할 수 없어서 올해부터 들어온 대졸 신입을 기준으로 최대 30%까지 낮아진 새로운 임금 테이블을 채용 인력에 적용해 자연스러운 임금 하향 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존 공공기관 직원은 내년에도 임금이 동결되지만 현 시스템에서는 삭감은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올해를 기점으로 임금 간격이 벌어지게 됐다"면서 "이는 더 이상 공기업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육 지책"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