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혜진양 아버지 "살인마 용서안돼"

세상을 경악하게 했던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의 피해자인 혜진, 예슬 두 어린이의 죽음은 이제 2년 전 과거사가 됐지만 딸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혜진양의 아버지 이창근(47)씨는 2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휴대전화로 혜진이가 '크리스마스 풍선을 사러 간다'고 했는데 그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07년 성탄절, 경기도 안양에 살았던 이혜진(당시 10세), 우예슬(8세)양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서 귀가하다 실종되고서 지난해 3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특히 두 아이를 유괴, 살해하고 시신을 집안에서 훼손해 야산과 개천에 암매장한 엽기적인 살인마가 이웃에 사는 정성현(40)으로 밝혀지면서 온 국민은 엄청난 충격에 빠져들었다.

이씨는 "딸이 사라진 그날 미친 듯이 온 동네를 다 뒤졌지만 안 돌아오더라. 일을 하러 가기 전 혜진이가 자는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며 흐느꼈다.

혜진 양의 죽음 이후 이씨의 삶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10여 년간 부지런히 일했던 제조업체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이씨는 "일을 하려고 해도 막내딸 혜진이가 계속 생각나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지금도 일정한 직업 없이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낸다고 털어놨다.

술에 의지하며 보내는 날은 갈수록 늘어났고, 한때 몸무게가 65kg까지 나갔던 이씨는 현재 50kg도 채 나가지 않을 정도로 수척해졌다.

딸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마에 대한 원망은 여전하다.

그는 "사건 당시 (정성현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고 지금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고 했다.

이씨는 해마다 성탄절 즈음이면 딸에게 줄 선물을 살 생각에 절로 흐뭇해지곤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악몽의 날로 변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이 사라진 지 꼭 2년째가 되는 24일 그는 경기도 안양에 있는 딸의 무덤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혜진이가 생전에 꽃을 너무 좋아했어요.

꽃다발을 들고 딸을 찾을 생각입니다.

" 이씨의 눈자위가 다시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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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