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질서'는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강조되면서도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원칙이고,아직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확립되지도 못한 가치다. 2010년 신년에는 불법과 비리,떼법이 지양돼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법무부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의 내년 업무보고에 공통으로 담긴 추진과제와 의지가 바로 이 문제여서 주목을 끈다. 수도 없이 되풀이돼온 말잔치가 또 한번 반복되는 것인지,아니면 이번에야말로 뚜렷한 진전을 이룰지 정부의 실행의지부터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원칙이 지켜지는 노사관계와 시위문화,불법집단행동에 무관용 등을 중점업무로,권익위는 공직의 청렴도 제고를 주요업무로 정했다. 법제처 역시 선진 법질서 확립을 내세우며 법체계 정비안을 마련했다. 한결같이 법과 질서,원칙을 강조한 내용들이며,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사안들이다. 시위현장이든 공직사회 내부든 어느곳 한군데서라도 확실하게 원칙이 확립된다면 나머지 분야도 차례차례 따라가게끔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돼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 절실한 것은 정부의 솔선수범이고 실천력이다. 국민들 의식도 이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렇다 해서 정부나 정치권에서 '국민 수준' 운운하며 회피(回避)해선 안된다. 당장 국회부터 진지하게 새겨야 할 내용들이다. "국격의 기본은 법과 질서와 도덕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직자,고위직,정치인 등 지도자급 비리를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도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 정치권이 앞장설 사안이라는 점에서 법제처 보고에 좀더 관심이 간다. 법질서수준은 OECD 국가중 27위이고 법체계만 고쳐도 GDP가 1% 올라간다는 KDI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인 · 허가제도를 '원칙 허용,예외적 금지'의 사후규제로 개편하겠다고 다짐한 내용이 그런 것이다. 서민 취약계층을 배려하고 중소상공인 보호 쪽으로 법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나 법안처리에 지지부진한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겠다는 대목도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사안이다. 법과 질서를 위한 기초 인프라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