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합포초서 영어교사 보조로봇 공개시연
로봇이 발음 교정에 회화연습 상대까지 `척척'

"후 아 유(Who are you)?", "왓 이스 유어 네임(What is your name)?"

23일 오전 경남 마산의 합포초등학교 3층에 마련된 영어테마교실에서 초등학교 5학년 5~6명이 로봇 앞에서 쉴새 없이 영어 문장을 재잘거리고 있었다.

방과후 영어수업이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원어민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선생님 대신에 헤드셋을 착용한 학생이 단어나 문장을 말하면 정확한 입술 모양을 보여주며 교정해주는 로봇 `메로'와 서로 마주보며 영어회화를 연습할 수 있는 로봇 `잉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학교 5학년 박동희(12.여) 양은 "로봇이 선생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면서 "메로가 가르쳐주는 대로 입술 모양을 바꾸니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양과 메로의 영어 수업은 대형 화면에 단어와 문장이 제시되면 박 양이 헤드셋 마이크를 통해 발음하고 그 소리를 메로가 인식해 정확한 입술 모양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음의 정확도에 따라 점수가 화면에 나타나고 로봇 메로가 입술 모양을 다시 교정해 주었다.

영어테마교실에 마련된 또 다른 영어교사 보조로봇인 `잉키'는 시장, 문구점, 슈퍼마켓 등 각종 상황별 테마가 입력돼 있어 학생과 로봇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영어회화를 연습할 수 있다.

잉키는 영어노래에 맞춰 학생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손뼉을 치고 팔을 흔드는 등의 율동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번에 문을 연 합포초등학교 영어테마교실은 지식경제부가 교육용 로봇 시범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것으로 향후 8주동안 시범운영된다.

전국에는 마산 합포초등학교와 호계초등학교를 비롯해 대전의 내동초등학교까지 모두 3곳의 초등학교가 시범운영학교로 지정돼 방과후 학습에 영어교사 보조로봇을 활용하게 된다.

수업은 학생의 음성을 인식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문장 중 적당한 내용을 선택해 대화하는 자율형과, 원어민 교사가 로봇을 원격조종해 로봇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 영상통화 방식으로 영어수업을 하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형 두 종류로 나뉜다.

마산 합포초등학교는 자율형, 호계초등학교와 내동초등학교는 텔레프레즌스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김문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사업단장은 "메로와 잉키 모두 학생의 수준에 따라 콘텐츠와 난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서 "향후에는 로봇이 영어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로봇랜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마산시도 이번 영어교사 보조로봇 시범 운영을 마산시를 알리는 데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마산시 관계자는 "이번 교육성과를 바탕으로 마산을 로봇교육의 중심 도시로 조성할 것"이라면서 향후 로봇랜드 내에 조성할 로봇영어마을의 콘텐츠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남도와 마산시가 추진 중인 마산 로봇랜드는 지난 15일에 지식경제부로부터 로봇랜드 조성지역 지정 승인을 받았으며 내년 10월께 마산시 구산면 구복ㆍ반동리 114만8천㎡에 착공될 예정이다.

로봇랜드는 모두 7천억원을 들여 로봇 연구개발과 로봇킹덤 존, 에코로봇파크, 로봇아일랜드 등 4개 구역에 로봇연구단지, 호텔, 콘도미니엄, 로봇전시관, 로봇박물관 등 28개 시설을 갖춘 산업 연계형 테마파크로 조성된다.

(마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