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전형적 방법에는 담합 이외에도 기업합병(merger)이 있다. 모든 바지 생산업자들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병해 버리면 기업 간 경쟁은 사라지고 합병 기업은 바지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독점시장에서는 독점 판매기업이 가격을 책정하므로 2만원 하던 바지를 10만원에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바지 가격을 10만원으로 인상하면 바지 판매량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독점기업은 바지 가격을 바꿀 때 판매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고려해 이윤이 최대로 되도록 가격을 책정하는데 이 가격을 독점가격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독점기업은 무조건 값을 올리려고만 한다고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바지값을 12만원으로 올리면 판매량이 너무 많이 줄어들어 가격 10만원 때보다 기업 이윤이 더 적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독점가격은 12만원보다는 낮게 책정된다.

기업합병을 통한 독점은 기업 간 경쟁을 없애고 상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점에서는 담합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각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던 생산 경험과 재능을 통합하면 시너지(synergy) 효과를 유발해 생산 효율성을 개선할 수도 있다. 경쟁을 없애는 반경쟁성 효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효율성 개선 효과가 반경쟁성 효과를 능가하는 기업합병은 사회적으로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어떠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카르텔은 오직 반경쟁성 효과만 유발할 뿐이다.

따라서 카르텔은 담합의 증거만 확보되면 당연위법(per se illegal)으로 유죄 처리된다. 그러나 당연위법 처리 관행이 처음부터 도입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가격 인상 담합도 기업 간 계약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카르텔을 결성하는 명시적 담합(explicit collusion)이 성행했고,영국의 경우에는 법원이 이 계약을 보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회가 담합의 폐해에 대해 눈뜨기 시작하면서 카르텔을 처벌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서로 명시적으로 협의하는 절차를 우회한 채 눈치만으로 담합하는 암묵적 담합(implicit collusion)이 성행하고 있다.

반면에 기업합병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효율성 효과와 반경쟁성 효과를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각국은 모든 기업합병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해 심의한 다음에 효율성 효과가 더 큰 합병만 허용하는 합리원칙(rule of reason)에 따라서 기업 합병을 처리한다. 효율성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카르텔의 당연위법 처리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노동조합은 분명히 노동자들의 카르텔이지만 세계 각국은 카르텔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사용자에 비해 교섭력이 열악한 노동자들을 배려하는 노동3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 수출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겨냥해 결성한 수출카르텔을 허용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