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13년 동안이나 노 · 사 · 정 야합으로 유예돼왔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또다시 정치권의 야합으로 유명무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이 노조법 24조 개정안을 내면서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타임오프제 적용 대상에 '통상적인 노조업무'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국민감정이지만 이번에는 여당인 한나라당까지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 정부와 청와대가 선진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을 여당이 나서서 법의 기본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규재 논설위원은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라는 사실을 의심케 하고 의사 무능력 집단이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2년6개월 뒤로 또다시 유예됐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과 원칙에 기초한 선진적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MB정부의 초심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게 정 위원의 판단이다.

정치권은 올해를 열흘도 안 남겨놓은 상태에서 새해 예산안 심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만큼 협상력도 없고 원칙도 없다. 절망 그 자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