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를 다루기 위한 다자협의가 열렸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국회 환노위는 22일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과 환노위 여야 간사,임태희 노동부 장관,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수영 경총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자협의를 가졌다. 하지만 이날 합의된 것은 개정안 처리 시한을 28일로 정한 것밖에 없었다. '12 · 4' 노 · 사 · 정 합의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를 비판하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추 위원장이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제도 수용 입장을 밝히는 등 전임자 임금 문제에 관해서는 큰 줄기의 합의 틀을 찾았다는 게 소득으로 꼽힌다.
◆전임자 문제,결국 타임오프로 가닥

이날 다자협의에서 경영계는 '통상적인 노조 관리업무'를 타임오프 적용 대상에 추가한 한나라당의 법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손경식 회장은 "타임오프 대상은 노 · 사 · 정 합의안의 범위 내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개정안대로 가면) 전임자 임금을 우회적으로 허용하게 되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장관과 이수영 회장 도 노 · 사 · 정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장관은 "경총 한국노총 노동부가 합의한 내용을 기초로 해서 많은 여론을 수렴했다"며 "이제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합의 정신을 입법 과정에서 그대로 지켜 노사문화 선진화 기틀을 마련해 줄 것을 추 위원장에게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노 · 사 · 정 합의는 대표성이 없다"고 비판하며 "복수노조를 즉각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3파전 양상 속에 추 위원장은 그동안의 노사 단체 방문 결과를 토대로 중재안을 내놨다. 추 위원장은 전임자 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규모별로 상한제를 두는 타임오프 제도의 도입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야당과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처벌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 원칙 따로,현실 따로 식의 미봉책은 어렵다"며 창구단일화 및 시행 유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합의까지 첩첩산중

회의 참석자 8명 중 김재윤 민주당 간사,임 위원장을 제외한 6명이 타임오프 제도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타임오프 대상 업무,처벌 조항 삭제 여부에 대해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입장차가 더 크다. 추 위원장이 노 · 사 · 정 합의안(2년6개월 유예,교섭창구 단일화)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민주당과 민주노총도 즉각 시행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이 9일에 불과해 극적 타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여야는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개정안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 등 3건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상정했다. 하지만 상정 과정에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당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상정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고경봉/김유미/민지혜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