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그는 뇌물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역대 첫 총리로 기록됐다.

전직 총리가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적은 있었지만 한 전 총리처럼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경우는 없었다.

불법 자금을 받아 기소된 대표적인 인사로는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김종필 전 자유민주당 총재가 있다.

그는 2002년 6ㆍ13 지방선거 당시 삼성에서 채권 15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04년 5월 불구속 기소돼 형사 재판에 넘겨진 첫 전직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같은 해 7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김 전 총재가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정부에서 기용됐던 이한동 전 총리도 2002년 하나로국민연합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면서 SK그룹에서 선거자금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04년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추징금을 제외한 나머지 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수사 및 재판 과정을 보더라도 두 전직 총리는 검찰 소환에 응하면서 자진출석해 조사받았고 혐의를 인정하거나 적어도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하는 등 별다른 충돌 없이 상황이 전개됐다.

반면 한 전 총리는 수사를 `정치공작'으로 규정, 소환해 불응했고 결국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하는 등 전례 없는 강제 수사의 형식을 거쳤다.

또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1원도 받은 일이 없다'고 공소사실을 공개적으로 반박, 다른 두 총리의 예와 달리 법정에서 뜨거운 `진실게임'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