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공고 김의성·오문형 군 "사교육 한 번도 안 받아"

사교육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공업고등학교 학생 두 명이 미국 유수의 주립대에 나란히 합격했다.

주인공은 서울 한양공고 컴퓨터 네트워크과 졸업생인 김의성(19)군과 오문형(19)군.
김군은 오클라호마주립대 전자정보통신학과, 오군은 유타주립대 컴퓨터공학과 입학이 확정돼 다음 달 4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한양공고 개교 63년 만에 미국 대학 진학이 처음인데다 평일과 주말에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정규 수업과 방과 후 수업만으로 합격했다는 점에서 기적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군은 오클라호마주립대학을 포함해 유타주립대, 캔자스주립대, 미시간공대 등 미국 4개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클라호마주립대를 선택했다.

오군 역시 유타주립대와 애리조나주립대, 미주리대, 미시간공대 등 4개 대학에 합격했으나 같은 사정으로 유타주립대 진학을 결정했다.

김군은 22일 "학비 사정상 오클라호마대학에 가게 됐지만 5년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장학금도 받고 나중에는 아이비리그에도 가고 싶다.

공학도로서 업적을 세우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오군도 "일단은 학비 문제로 유타주립대에 가지만 미래에 한 단계 높은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면서 "배우러 가는 만큼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학교 때는 별로 공부를 못했는데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돼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대도시 일반계 고교 성적 우수자들도 좀처럼 들어가기 어려운 미국 주립대에 공고생들이 합격한 것은 본인의 노력과 학교의 뒷바라지가 컸다.

김군과 오군은 평일 오후 4시30분에 수업을 마치면 매일 저녁 10시까지 방과 후 수업과 자율학습을 통해 영어와 수학, 토플을 공부했다.

귀가해서도 영어 회화를 연습하려고 김군은 미국 인기 드라마 '프렌즈' 1년6개월 분량의 대본을 외우다시피 했고 오군은 인터넷을 통해 자막 없는 영어로 진행되는 드라마나 쇼,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둘 다 하루 4~5시간 자는 시간을 빼고 집에서 영어 공부에 주력했고 일요일 하루만큼은 푹 휴식을 취했다.

그 결과 김군은 IBT 토플시험에서 65점, 오군은 70점을 각각 받았다.

미국 대학에 합격하려면 최소 60점을 넘어야 한다.

토요일에는 자격증 취득 준비에 몰두해 Comptia A+(미국컴퓨터공업협회 국제자격증)와 CCNA(정보통신네트워크 분야 국제전문자격증), SCJP(자바 관련 컴퓨터 프로그래밍 국제공인자격증) 등 3개 자격증을 땄다.

어학에 재능을 보인 오군은 일본어능력검정시험 2급 시험에도 합격했다.

박준호 한양공고 네트워크과 부장과 최우준 담당 교사 등 일선 교사도 주말까지 반납하며 학생들이 국제공인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왔다.

미국 각 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주립대 졸업생과 현지 대학생 등을 통해 본교 학생들의 자질과 국제인증자격증 보유 사실을 입학사정관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여러 대학에 동시 합격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강문석 한양공고 교장은 "우리 학교에는 사교육을 받을 만큼 풍족한 환경에 있는 학생은 거의 없지만, 방과 후 수업을 잘 활용하고 중구청의 도움도 받으면서 이러한 결실을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