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의 협상 추이를 지켜보던 중소기업들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근본 취지가 흐려지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 140여 중소기업 대표들은 21일 서울 마포구 경영자총협회(경총) 사무국과 부산,경기도 안산,경북 경주 등 지방 본부를 방문해 전임자 문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입장을 전달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을 다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정치적 논리가 더해지면서 법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날 지경에 이르렀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과 노무비용 증가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총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유예시키고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도입키로 한국노총과 합의한 것도 잘못인데 최근 이 합의마저 흔들려 항의방문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중소기업 대표들은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는 2006년 노 · 사 · 정 합의 정신에 따라 2010년 1월1일부터 전면 실시돼야 하며 △전임자가 사용자에게 급여를 지급받거나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조항을 마련해야 하고 △복수노조 허용에는 반대하지만,허용이 불가피하다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준비 기간을 통해 대안을 마련한 후 시행해야 한다는 세 가지 요구를 전달했다.

이날 경총을 방문한 C사의 김모 대표는 "당초 원래대로 시행한다던 방침이 노 · 사 · 정 합의를 거치면서 바뀌고,다시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통해 변질시키면서 완전히 다른 내용이 돼버렸다"며 "22일부터 다자간협상을 통해 재논의한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바뀌게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J사의 이모 대표는 "2006년 합의 원칙대로 간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적어도 '12 · 4 노 · 사 · 정 합의안'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반발이 거세지자 경제계는 노 · 사 · 정 합의를 지키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조석래 전경련 회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수영 경총 회장,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 경제 5단체 대표들은 여의도 국회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여당의 개정안은 사실상 전임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노 · 사 · 정 합의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 · 사 · 정 합의대로 개정해 달라"고 말했다. 손경식 회장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근로시간 면제 대상은 노사교섭 및 협의,고충처리,산업안전 등 노 · 사 · 정이 합의한 범위 내에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