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61)은 올해 뜨거운 논란을 낳은 4대강 살리기,세종시 수정안,보금자리주택 등의 주무부처 장관이다. 이런 현안을 다루는 국토부의 수장이다보니 하루 24간이 모자랄 정도로 지난 1년을 지냈다.

일요일인 20일 오전 9시 경기도 군포 산본신도시 정 장관의 자택 앞에서 한국경제신문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과 국토해양부를 출입하는 강황식 차장,김동민 차장이 정 장관을 만났다. 정 장관이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즐겨 찾는 수리산 산행코스를 2시간 넘게 동행하며 궁금한 걸 물어봤다.

▼고향이 충청도(충남 청양)인데,세종시 수정 방침에 대해 고향에서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나요.

"지난주에도 천안 아산 예산 홍성 등 충남 북부권을 둘러봤어요. 이 자리에서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수정 방침에 대해 설명했죠.세종시가 들어설 연기 · 공주 지역 주민들의 경우 반대 여론이 강한 게 사실이죠.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사안 자체가 정치적인 이슈여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성적으로 보면 (정부 방침을) 이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하는 대안을 기다려보겠다는 분들이 상당수에 이릅니다. "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년 초 내놓기로 했는데,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어떻게 봅니까.

"나도 충청도 출신이지만,세종시가 현재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정부 부처 분리로 인한 행정 비효율이 걱정되고 자족도시를 만들 수도 없기 때문에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요. 실제로 도시계획을 보면 자족용지는 6.7%에 불과하고 아파트 위주로 돼 있어요.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가와 연기 · 공주 등 지역발전,더 나아가 통일에도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 "

▼올해 집값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한 해로 평가됩니다. 다만 전셋값이 문제인데.

"서울 강남권의 대규모 입주물량 소진,서울 일부의 수급불균형 등으로 가을 이사철 수도권 전셋값이 뛰었죠.다만 지난 10월부터 상승세가 둔화되고 이달에는 주간상승률이 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재개발 이주수요를 적절히 분산하고 순환정비 사업을 활성화할 작정입니다.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도 촉진시키겠습니다. "

▼올해 첫 공급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수요자 관심이 큽니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향후 10년간 150만채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추진 중입니다. 올해 시범지구 사전예약과 2차지구 지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죠.내년에는 올해보다 5만채 늘어난 18만채를 공급할 예정이에요. 수도권 보금자리지구에 대한 사전예약도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에 걸쳐 차질없이 실시하겠습니다. "

▼서초 내곡,강남 세곡2지구 등 6곳의 보금자리 2차지구와 위례(송파)신도시 사전예약 시기가 내년 4월로 겹칩니다. 사전예약 일정을 조정할 의향은 없나요.

"일정 조정을 적극 검토해 보겠습니다. 입지여건 등을 감안할 때 위례신도시나 2차지구에 대한 서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공급시기를 조정해 청약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죠.일정이 밀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미세조정을 추진하겠습니다. 위례신도시 골프장 이전사업과 연계해 보금자리 2차지구를 먼저할지,위례신도시를 먼저 할지 결정해야죠."

▼청약예 · 부금 가입자에게도 보금자리주택 청약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그런 의견이 있어서 검토해 봤지만 (청약저축과 청약예 · 부금의)출발 자체가 달라 혼란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라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어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정책적으로도 중요한 만큼 당장 큰 틀을 흔들기는 쉽지 않아요. 다만 앞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계속 공급할 예정인 만큼 청약예 · 부금 가입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또 민간 건설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게 택지 수급문제예요.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도 택지 중 25% 정도를 민간 건설사에 배정할 작정입니다. "

▼올해 국토부 장관으로서 가장 긴박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먼 데를 바라보며)돌이켜 보면 올 한해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구했습니다. 올해 국감은 이른바 '국토부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가 핵심 이슈였습니다. 한마디로 원 없이 일한 한 해였습니다. 휴일도 반납한 채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주말에도 거의 매주 현장을 들러 추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문제는 언제 매듭지을 생각입니까.

"LH의 지방 이전과 관련해 관계부처,경남 · 전북 등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그동안 두 차례 회의를 열었어요.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전북은 LH 사장을 포함해 24%(경남에 76% 배치)를 배치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경남에서는 통합공사의 '경남 일괄이전'의견을 냈어요. 지난 9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정부는 분산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경남에 대해 분산배치에 맞는 의견을 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른 시일 내 이전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4대강 사업은 어떻습니까.

"지난달 15개 공구의 보 공사를 착공했고 잔여구간도 내년 3월 이전에 모두 착공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 말까지 보 · 준설 등 핵심공정의 60% 이상이 완료될 것입니다. 4대강 본구간 공사는 2011년 끝낼 예정입니다. 4대강 사업은 5~10년 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대홍수라도 한 번 나면 그동안 들인 노력이 물거품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국토해양부 초대 장관이면서 건설교통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합치면 최장수(1년10개월 재임 중) 장관인데.

"벌써 그렇게 됐나요(웃음).장관직 수행하면서 역시 쉽지 않은 직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가끔 탈진할 정도로 체력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일을 합니다. 대통령 면담 때도 실 · 국장들을 대동합니다. 실 · 국장이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많아요. 보고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도 더욱 책임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요. 부처간 의견조율도 어느 정부보다 잘 이뤄지고 있어요. 장관 임명장만 봐도 그렇습니다. '국무위원에 임명함.국토해양부 장관에 보함.'이렇게 돼 있어요. 해당부처의 시각이 아니라,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거죠.현 정부의 가장 큰 성공 요인도 바로 부처간 협조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금자리주택만 해도 1년6개월 걸린다던 준비일정을 4개월 만에 해냈어요. 일하면서 신이 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데서 나옵니다. "

▼(수리산 산행 후 인근 해장국집에서)오늘 일요일인 데도 식사 후에 출근한다면서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주요 실 · 국장들과 회의를 합니다. 오늘은 오는 30일 새만금에서 5개 부처 합동으로 예정돼 있는 내년 업무보고 내용을 중점 점검할 생각입니다. 취임 직후에는 직원들의 불만이 좀 있었지요. 주말도 없이 일한다고.직원들 사이에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처음에는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하더니 요즘에는 '월화수목금토월'이라고 한답니다(웃음).일요일에는 현안을 놓고 집중적으로 업무협의를 하기에 좋아서 모두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

정리=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