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庚寅年) 새해를 10여 일 앞두고 국내 대표 해맞이 명소인 향일암이 잿더미로 변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더욱이 피해를 키운 여러 악재가 속속 드러나면서 아쉬움을 키우고 있다.

119에 화재가 신고된 시각은 20일 0시 24분께.
화장실을 가던 암자 관계자가 불을 목격했지만, 대웅전에는 이미 불길이 치솟을 만큼 불이 번져 있었다.

여수 지역에는 최근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지난 15일부터 주의보와 경보가 되풀이되다가 19일 해제됐으며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어서 이날 불은 삽시간에 대웅전을 삼키고 종각과 종무실까지 태워버렸다.

소방서는 재산피해를 5억9천여만원으로 추산했지만, 무형의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면 피해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산 중턱에 있는 탓에 소방서의 신속한 접근도 어려웠다.

향일암은 여수소방서 군내지역대로부터 15㎞, 돌산 안전센터로부터 26㎞, 여수소방서로부터 39㎞나 떨어진데다 암자가 산 중턱에 있는 탓에 접근도 어려워 119가 도착한 시각은 신고가 접수되고 35분이나 지난 0시 59분이었다.

여수시는 내년 예산을 지원해 3.5t에 불과한 저수탱크 용량을 100t으로 늘리기로 해 일부 신도들은 `내년에만 불이 났었으면..'하는 가정에 덧없어하기도 했다.

매년 새해 일출의 장관을 함께 누리던 명소가 소실된 것은 무엇보다 큰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오늘 오후 전남지사가 방문해 현장 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전남지사의 지시와 여수시 자체 회의 등 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연말 일출제를 취소할지 주차장으로 장소를 바꿔 열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