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파열돼 돌연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추위로 전신 혈관이 수축되면서 관상동맥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멀쩡히 송년회에 갔다와서 술에 취해 자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는 비보를 종종 접하는데 대개는 심장돌연사일 가능성이 크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운동량마저 부족해지면서 심장관상동맥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은 일단 발병하게 되면 사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후유증이 크다. 치료 및 재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무엇보다 1차적인 예방이 중요하다.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개발돼 있지만 서구인과 유전적,신체적 조건이나 생활환경이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관상동맥은 기름기와 칼슘,면역세포 찌꺼기,염증물질,세포 노폐물 등이 끼면서 점차 탄성을 잃어가고 좁아진다. 이를 '석회화'현상이라고 부른다. 관상동맥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찍어 분석함으로써 석회화 정도를 측정하는 심장관상동맥석회화점수(Coronary Artery Calcium score)는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을 예측하는 훌륭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CT는 일반 X-레이보다 100배나 강한 방사능이 나오고 수십만원이 드는 고가의 검사라서 일상적인 건강검진 목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권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내과학정보지 최근호에 미국에서 2007년 한 해 동안 시행된 CT 촬영으로 2만9000건의 암이 발병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1만5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정도로 CT의 위험성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CAC 점수화 CT'를 찍은 2129명의 검진고객을 대상으로 연구해 이 점수가 0인 정상군과 0이 아닌 비정상군을 판별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계산하는 요소가 많긴 하지만 직장 또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받은 건강검진기록을 보며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면 자신의 심장관상동맥이 안전한지,위험한지를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다.

A값을 산출하는 이 공식에서 남자는 1,여자는 0을 대입하면 된다. 과거흡연,현재흡연,당뇨병 전단계(높은 공복혈당:100~125㎎/㎗),당뇨병(공복혈당 126㎎/㎗이상),고혈압전단계(수축기혈압 120~139㎜Hg 또는 이완기혈압 80~89㎜Hg),고혈압(수축기혈압 140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 이상),비정상적 콜레스테롤군(총콜레스테롤치 200㎎/㎗이상)에 해당하면 1을,그렇지 않으면 0을 집어넣으면 된다. 비만도를 반영하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와 연령은 그대로 숫자를 기입한다.

이는 남자가 과음 흡연 등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심장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여자보다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흡연,과거흡연,비흡연 순으로 △당뇨병,높은 공복혈당,정상혈당 순으로 △콜레스테롤이 정상치보다 높을수록 △비만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관상동맥질환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짐을 의미한다.

흡연은 혈관 전반을 수축시키고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이렇게 계산해 나온 A값이 -1.32이상이면 비정상군으로 간주된다.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1.32미만이면 CAC 점수가 0(정상군)일 것이라고 보고 안심할 수 있다.

강남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과식 운동부족 등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될 경우 10년 안에 심장관상동맥 질환이 발병할 위험은 지방간이 없는 정상인에 비해 30% 정도 높았다. 초음파검사에서 지방간이 심하게 진행될수록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질환의 유병률은 남자의 경우 사회활동이 많은 40~50대,여자는 폐경 이후인 60~70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부비만,고혈압,고혈당,고콜레스테롤혈증,흡연은 심장건강을 위협하는 '5적(賊)'이므로 젊었을 때부터 잘 관리해나가야 한다.

권혁태 교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