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500여명 리틀 맘…잘한 일 아니지만 쉬~쉬~ 하는게 더 문제"
"남친이랑 당당하게 사랑해서 임신 4개월째인 예비 리틀 맘이에요! 고교 2년생이지만 자퇴한 상태고요. 남친 집에서 지내는데,임신하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군요. 남친이 알바를 하지만 병원 가기도 힘들어요. 혹시 리틀 맘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예비 맘과 책임감 있는 남친에게 박수를 보내요^^. 리틀 맘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빨리 알아보고 게시판에 올리라고 전하겠습니다! 좋은 사랑 쭈~욱 이어가세요^^."

케이블 오락채널 MTV가 지난달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방송하는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리틀 맘 다이어리'에서 개그맨 정만호(33)가 10대들의 성과 임신에 관한 카운슬러로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10대 아기 엄마들의 고충을 소개하는 내용.그는 여기서 홍보대사 역을 맡아 방송 후 공식 사이트(www.mtv.co.kr/tv/littlemom)에 소감을 올리고 한국 10대 아기 엄마와 아빠들의 질문에 답변을 달아준다. 이로써 우리 사회에 날로 늘고 있는 리틀 맘의 실상을 알리고 프로그램 시청률을 높이고 있다.

그가 홍보대사 역을 맡은 것은 자신이'리틀 파파' 시절을 거쳤기 때문.정만호는 9월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2년8개월 만에 복귀한 후 16살 때 낳은 '붕어빵' 아들을 공개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그를 만났다.

"33살인 제가 17살짜리 큰아들과 10살짜리 둘째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 방송에 공개한 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때마침 10대에 아이를 갖게 된 리틀 맘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

그는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동일한 고민을 먼저 겪은 선배로서 피부에 와 닿는 답변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전문가들의 딱딱한 조언과 달리 개그맨 특유의 유머를 곁들여 상담해 주는 것도 강점이라고.방송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감동을 이어가도록 하는 구조도 '리틀 맘…'의 인기비결이다.

"아들과 함께 방송을 봅니다. 무조건 훈계하거나 계몽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거든요. 대부분의 질문자들은 비관적이에요. 저마저 비관적으로 답변하면 (질문자들은) 한강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고민을 희망적으로 풀어 주는 길잡이 노릇을 하고 싶습니다. "

미국의 리틀 맘은 우리네와 달리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큰 차이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들의 고민거리는 경제적으로 힘든 현실이나 여친 혹은 남친이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매가 망가질까 봐 수유를 거부한 치어리더,남친의 아버지와 자신의 어머니가 결혼해 한 집에서 '이상한' 관계로 동거하거나,엄마와 딸이 동시에 임신해 함께 살고 있는 리틀 맘 등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우리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쉬쉬'하려는 게 문제예요. 감추려고만 하면 작은 일도 커질 수 있어요. 그래서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것을 권합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매년 3500명가량의 리틀 맘이 생겨납니다. 우리도 이런 TV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들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합니다. "

1993년,그는 중학교 졸업 후 방황하던 중 동갑 소녀(지금의 부인)와 만나 아기를 낳았다.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기 때문인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은 없었다고 한다.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기 위해 낮에는 자장면 배달,밤에는 호프집 서빙 등으로 '투잡'을 뛰었다. 그러다 2003년 SBS 공채 개그맨에 합격해 '웃찾사'에서 '만사마' 캐릭터로 인기 절정에 올랐다.

"2007년 초 '웃찾사'를 그만둔 뒤 앨범 2장을 냈고 뮤지컬 '요덕스토리'에도 출연했습니다. 개그에 지쳐 다른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던 거죠.그 시도는 실패했어요. 하지만 방송 활동을 하며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우선 인기가 떨어진 '웃찾사'의 옛 영광을 재현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웃찾사' 전성기를 이끈 심상민 연출자도 복귀했어요.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 주세요. "

글=유재혁 /사진=김영우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