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상생협력 수상자인 강원남부주민센터,대한제강,동화엔텍,영진,웅진케미칼,한국방송광고공사 등은 질 높은 노사상생 프로그램을 실시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노조설립 후 29년 무파업 교섭 대한제강(주)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이한 대한제강은 노조 설립 후 20년간 무파업 교섭을 이어가고 있는 모범 노사협력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임금 저하 없는 4조 2교대제 전환' 체제를 구축했고 경영성과에 연동하는 성과급 지급 기준 도입,생산성 향상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실시 등 성과주의 보상제도도 도입했다. 장기근속자에 대한 부부동반 해외여행도 실시키로 했다.

올해 노사관계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침체가 서로간의 신뢰를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노사는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로 합의하고 노조창립 최초로 임단협 무교섭 타결 및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또 회사는 고용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투명경영을 통한 경영성과 창출 및 성과의 공정한 분배를 약속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노사는 지난 8월 '가치창조적 노경관계'를 선포하고,임금 인상 기준에 대한 가이드와 우수 사원 차등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자랑스러운 가장 만들기'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노사화합 선언을 계기로 대한제강은 노동부의 노사상생 양보교섭 실천기업 인증을 받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노사는 앞으로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제강은 2년 전부터 지역 학교와 1사 1교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올해는 저소득가정 청소년 장학제도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복지시설 봉사활동,공단 환경 개선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도 장려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자발적 임금동결 웅진케미칼(주)

화학소재 전문기업인 웅진케미칼은 노사 간 상생경영을 기반으로 올해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회사에 위임했다. 이는 경기침체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노사 화합의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화학소재 전문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대한 위임장에서 "노동조합이 회사의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 회사의 지속가능 경영체제 확립과 조합원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000년 워크아웃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2008년 1월 웅진그룹으로 편입된 웅진케미칼은 노사 상생 경영을 통해 2008년 매출액 8503억원,영업이익 298억원,당기순이익 22억원으로 3년 만에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경영실적을 거뒀다.

직원사기 올리기 행사 다양 (주)영진

자동차 부품회사인 영진은 돈독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이번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특히 다채로운 노사협력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부모 사망시에는 회사 지원 외에 회사 직원이 1박2일로 상가에 상주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매주 수요일에는 행운권 추첨을 통해 근로자 3명에게 선물을 지급한다. 또 여름철에는 직원들에게 매일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기도 한다. 근로자들의 사기진작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1회성 이벤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꾸준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전반적인 경영상황을 노사가 공유하고 임금협상 단체협상 등을 노사분규 없이 이뤄내고 있다. 또 산업보건협의회와 함께 환절기에 따른 건강관리 등을 협의하고 연 1회 전 직원 및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노사공동 체육대회도 연다. 이 밖에 산행동아리 등 취미동아리 활동 지원,경쟁력 강화를 위한 직무연수,정보교류 및 대화를 위해 노사 간부 워크숍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임금 피크제로 노사 고통분담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올해 경영효율화에 발빠르게 착수하고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노조와의 갈등을 최소화해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올해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효율적 인력관리를 위한 저성과자 관리방안도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퇴직연금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맞춰 공사 조직도 축소했다. 12개 조직을 없애고 이 과정에서 전체 직원의 20.2%인 77명을 감축했다. 고통이 있었지만 노사는 이를 공동으로 분담했다. 임원진은 연봉을 26~40%가량 삭감하고 팀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도 15%를 자진반납했다. 대졸 초임은 17.5%의 초임을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는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했다. 노사협의회,노사대표 간담회 등을 수시로 갖고 노사공동 워크숍과 교육도 진행했다. 사측은 사내 정보매체를 통해 노조와 경영현안을 공유하고,경영진의 현장방문을 통한 직원들의 고충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쳤다.

노사상생…구조조정 최소화 강원남부주민(주)

강원남부주민센터는 강원남부지역의 광산이 폐광하면서 강원랜드 카지노가 설립되자 주민참여 방안의 일환으로 정선과 태백 등 4개 시 · 군의 주민들이 투자해 2000년 8월 설립한 회사다. 이후 2006년 4월에는 민주노총 산하의 강원랜드협력업체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노조 설립 초기에는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이 팽배했고 고소,고발,진정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이 10여 차례 제기됐다. 급기야 2008년 초에는 파업으로 노사 간 골이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노사는 극적인 전환을 일궈냈다. 노사관계 관련 특강을 실시하고 직원들의 애로사항 청취,해소방안 모색 등으로 대화의 틀을 넓혀갔다. 작업장 혁신을 위한 브레인스토밍도 실시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7월 노사화합을 선언하고 올해 임금협상을 회사 측에 위임함으로써 무분규 · 무교섭 타결을 이뤄낼 수 있었다. 사측도 강원랜드의 인력감축 요구가 있었지만 감원 대신 새로운 과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최소화했다. 강원남부주민센터는 앞으로 노사상생협력 프로그램 범위를 계속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도 공헌한다는 계획이다.

조직컨설팅…원가·업무 혁신 (주)동화엔텍

선박용,발전설비 화학공업용 열교환기 전문 제조업체인 동화엔텍은 지난 7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실시한 문제해결 멘토 지원사업에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업무 효율화를 위한 조직 진단 컨설팅'을 실시했다. 동화엔텍은 이를 통해 조직혁신,원가혁신,업무 혁신 등을 이뤄낼 수 있었고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다.

동화엔텍의 노사상생 프로그램은 공단 내에서도 유명하다. 동화엔텍은 매분기별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재해예방을 위한 산업1안전보건위원회,직원들의 고충처리를 위한 고충처리위원회를 운영해 노사공동체 문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또 최고 경영자와 가족사랑위원회 위원장이 동행하는 현장 패트롤을 통해 현장 중심의 밀착 대화가 가능해졌고 공고한 노사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었다.

동화엔텍의 노사관계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경제위기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으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과정을 마련해 유휴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인력 감축을 피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