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기밀 빼내 제3자 이전 협박…2명 구속
"인터넷전화 복제해 범죄 악용한 첫 사례"

인터넷 네트워크와 보안 장비를 만드는 우리나라 중견 IT(정보기술)업체가 20대 초반의 독일 대학생에게 해킹당해 회사 기밀의 대부분을 유출당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학생은 피해업체의 인터넷전화까지 복제해 돈을 주지 않으면 제3자에게 넘기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밝혀져 인터넷전화의 허술한 보안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국내 IT업체의 산업기밀을 해킹으로 빼낸 뒤 거액을 요구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독일인 대학생 A(22)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8월 연매출이 1천200억원에 달하는 모 네트워크 개발업체의 내부서버를 해킹, 750GB 분량의 연구ㆍ기술자료, 제품 설계자료, 내장프로그램 소스코드, 직원 전자우편 정보 등을 빼냈다.

독일의 유명대학 재료공학과 4학년생인 A씨는 유출한 자료가 중요한 산업 기밀임을 눈치채고 11월 대학 동기인 B씨와 공모해 해당 업체에 2차례에 걸쳐 정보반환 조건으로 50만유로(약 8억원)를 요구하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들은 이 회사의 인터넷전화 인증번호까지 해킹해 복제 전화기를 만들어 협박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달 초에는 유출한 자료를 전문 프로그램으로 암호화한 뒤 아예 국내로 들어와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업체 대표를 만나 돈을 요구하다 신고를 받고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독일의 대표적인 전자업체가 한때 피해업체의 최대주주였던 점으로 미뤄 이들이 해당 업체를 범행 대상으로 찍어 해킹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들은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알게됐다'며 고의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자료는 경쟁업체나 경쟁국가에 유출될 경우 피해 업체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라며 "개인정보와 산업기밀을 보유한 업체는 IT보안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인터넷전화가 복제돼 범죄에 악용된 것은 이번 사건이 국내 최초"라며 "복제폰이 범죄에 이용되면 가입자에게 통화료와 서비스 이용료가 부과되는 등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