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 회원들 온천관광 후 돌아오다 참변
중상 많아 사망자 늘 듯...대책본부 가동


한 마을에 사는 노인들을 태우고 단체 온천관광을 갔다 오던 관광버스가 도로 아래로 굴러 1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운전사를 제외한 승객 전원이 70-80대 노인인데다 이들이 온천관광과 쇼핑 등을 한 뒤 피곤한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이었고 사고 직후 제때 버스를 탈출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발생
16일 오후 5시40분께 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리 남사재 주변 925번 지방도(왕복 2차로)에서 승객 등 31명을 태우고 경주 방향으로 달리던 관광버스(운전사 권모.56.대구 달성군)가 30여m 언덕 아래로 굴렀다.

이 사고로 17일 오전 1시 현재 이임순(80.여) 씨 등 18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승객 대부분이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버스가 언덕을 수차례 구르며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될 만큼 충격이 컸고 중상자가 많은데다 탑승객이 대부분 노인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사망자의 시신은 신원확인이 힘들 정도로 많이 훼손돼 사고 당시의 충격을 짐작게 했고, 소지품을 갖고 있지 않은 사망자가 많아 신원확인이 더뎌졌다.

사고 버스는 대구시에 등록된 차량으로 버스 윗부분 절반 가량이 찌그러지면서 아래로 내려앉고, 앞뒤 범퍼와 출입문이 모두 떨어져 나갈 정도로 심하게 부서졌다.

또 언덕을 굴러 추락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나무 여러 그루가 뿌리째 뽑힐 만큼 사고 당시 버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경주 황성동의 한 경로당에 다니던 이들 승객은 울산에서 온천관광을 마치고 영천에 들러 쇼핑과 식사를 한 뒤 경주로 돌아오던 길이었으며, 사고 차량의 기사는 술을 마시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
사고 발생 직후 경찰과 119구조대는 현장에 240여명의 인력과 구급차 25대, 펌프차 등 30여대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고, 부상자들은 경주 동국대병원과 굿모닝병원, 경주 동산병원, 현대병원 등 경주시내 의료기관으로 분산이송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버스가 완전히 찌그러진 탓에 버스 안으로 들어가 구조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추락한 버스가 멈춘 지점이 도로에서 30여m 언덕 아래여서 구조대가 31명의 탑승객을 한 명씩 버스 밖으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차량이 심하게 파손돼 버스에 타고 있던 노인들이 사고가 나기 전 안전띠를 매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한 구조대원은 "도착 당시 버스 창문이 모두 깨진 상태에서 서너 명의 탑승객이 밖으로 튕겨 나와 신음하고 있었다"며 "버스 안에도 의자 등이 뜯겨 나올 정도로 엉망인 상태여서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사고원인
사고 지점은 왕복 2차로의 좁고 굴곡이 심한 내리막길 산중도로로, 관광버스는 추락 직전 도로 가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한참을 미끄러진 뒤 추락했다.

이에 따라 경찰 등은 운전미숙이나 차량결함 등으로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차량 기사는 경찰조사에서 "사고지점 근처에서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부상 정도가 적은 승객들도 "사고 직전 버스가 좌우로 흔들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지점 주변에 남아 있는 버스의 타이어자국(스키드마크) 등을 참고해 사고차량 운전기사와 부상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수습
경북도는 이날 발생한 사고 수습을 위해 김관용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경북도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김 지사는 사고 발생 이후 오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경주 동국대병원 등 사고현장을 찾아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사고 처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

경주시도 이날 시청 지하에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상금 협의 및 중재, 장례절차 및 장지 협상, 조문단 구성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고 버스가 소속된 회사와 전세버스조합 관계자들도 현지를 방문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피해자 보상
사고 버스는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에 종합보험 형식의 보험에 정상적으로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사고 버스가 정확히 어떤 종류의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조합 가입 차량은 대인배상 때 승객의 수에 상관없이 모두 무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는 일반 화재보험에 가입된 차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손해사정 절차를 거쳐 산출되는 보험금을 공제조합으로부터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7일 날이 밝는 대로 도로교통안전공단과 경주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 수사부서 경찰관 등과 합동으로 사고원인 조사와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며, 사고현장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순찰차를 현장에 배치했다.

(경주연합뉴스) 이강일 이승형 기자 haru@yna.co.krleeki@yna.co.kr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