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법 규정 대신 형법 적용…검사도 항소안해

법원이 가중처벌 규정을 잘못 적용해 강간상해범에게 법이 정한 최소 형량의 절반만 선고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항소심에서도 결국 1심과 같은 형이 선고됐다.

16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형사11부(이기택 부장판사)는 부인의 직장 동료를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된 장모(44)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2002년 8월 강도상해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작년 5월 형집행을 마친 뒤 올해 7월 또 강간상해죄를 저질렀으므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의 누범 가중을 해야 하는데 1심은 형법상의 누범 가중을 했으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강법에 따라) 장씨를 `10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하지만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1심이 선고한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이다.

장씨는 지난 7월 부인의 직장 동료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 성폭행하고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혀 강간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특강법은 살인ㆍ강도ㆍ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강력범죄를 또 범하면 법에서 정한 형의 상ㆍ하한을 모두 2배 가중해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1심은 `5년 이상 15년 이하'의 형에 처하게 한 강간상해죄에 특강법이 아닌 형법상 일반누범 규정을 적용, 하한은 그대로 두고 상한만을 가중해 `5년 이상 25년 이하'의 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오판(誤判)에도 검찰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장씨만 항소해 그는 최소 징역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지르고도 `반토막' 처벌을 받게 됐다.

고법의 한 판사는 "특강법의 누범 가중 규정은 검찰이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해 적용해야 함에도 1심은 이를 간과했다"며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이상 1심이 판결이 잘못됐더라도 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