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송년파티 인기…공연관람 문화 뿌리내려

사건팀 =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에 접어들었지만, 올해는 경제불황과 신종플루 영향으로 단출한 모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5일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기업체나 단체의 대규모 송년회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친구들끼리 가격이 저렴한 레지던스 호텔이나 모텔을 빌려 작은 파티를 열고 즐거운 연말을 보내려는 수요가 훌쩍 늘었다.

◇ 직장 송년회는 간단히 = 경기 불황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고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되도록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탓에 올해 기업 송년회는 대폭 축소되는 추세다.

회사원 임모(26.여)씨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비용을 절감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조촐한 술자리 정도는 있지만, 특별히 송년회를 하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원모(28)씨도 "밥 먹고 술 먹는 자리야 있겠지만, 연말을 맞아 차분하게 대화하는 방식의 송년회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올해 송년회는 `마시고 죽는' 자리가 아니라 실속있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것같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많이 늘어난 공연관람이나 야외활동 형식의 송년회는 이제 완전히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세무법인 동광의 세무사 정성권(33)씨는 올해 직원 3명과 함께 뮤지컬 `그 남자 그 여자'를 관람하고서 와인을 마실 계획이다.

정 씨는 "몇 년 전부터 흥청망청하는 소모적인 송년회 대신 공연을 보고 가볍게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모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회계팀에 근무하는 한모(28)씨는 팀원 9명과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는 송년회 계획을 세웠다.

한씨는 "옆 팀에서는 다음 주 금, 토요일 스키를 타러 간다"고 말했다.

◇ 친구들끼리 송년파티 = 직장의 대규모 송년회는 줄어든 반면 20, 30대 직장 여성을 중심으로 친구들끼리 레지던스 호텔이나 모텔을 빌려 작은 파티를 여는 사례는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레지던스 호텔을 빌려 송년회를 열 계획이었던 회사원 신모(25.여)씨는 방이 꽉 차 신촌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으며 그마저도 12월에는 예약이 끝나 내년 1월로 예약해야 했다.

신씨는 "사회인이 된 뒤로는 친구 얼굴 보기도 어려워 송년회를 구실로 약속을 잡았다"며 "직장에서 흥청망청하는 것보다 친구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모(27.여)씨도 대학 친구들과 함께 1박2일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

파티용품점에 파티용 풍선도 주문했다는 장씨는 "폭탄주나 돌리는 송년회는 딱 질색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송년 파티를 계획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크게 늘자 레지던스 호텔이나 모텔 관계자들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레지던스 호텔의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약 20~30%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중구의 한 레지던스 호텔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예약된 방이 200개가 넘는다"며 "지난해부터 방을 빌려 파티를 여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레지던스 호텔 관계자도 "5~6명이 방을 빌려 파티를 여는 경우가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