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충돌하고 있는 투자 개방형(영리) 의료법인의 핵심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도입에 따른 효과가 어느 정도냐,도입할 경우 부작용은 무엇이고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냐다. 두 부처의 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산업진흥원도 보고서를 통해 이들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한마디로 두 연구기관의 논쟁은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대리전인 셈이다. 그 싸움은 노무현 정부 때를 거쳐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6년간의 전쟁이었으며 여전히 끝을 알 수 없는 지루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비 증가 전망,극과 극

KDI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의견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부문은 진료비 관련 항목이다. KDI는 영리법인 도입으로 자본 투자와 서비스 공급이 증가하면 성형,노후 관리 등의 고부가가치 의료산업이 발전하는 만큼 필수의료 부문의 진료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강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에 뭉칫돈이 몰릴 경우 응급진료같은 서비스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동기가 약해진다는 얘기다. KDI는 "의료 서비스 가격이 1% 하락하면 국민 의료비가 2560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긍정적 예상치까지 내놨다.

반면 진흥원은 "해외 환자 전용 병원,고급 의료 서비스 병원 등 투자개방형 병원이 생길 경우 생산 유발 및 고용 창출 부문은 효과적인 데 비해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고 중소병원들이 도산하는 사태가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컨대 개인병원의 20%가 투자 개방형 법인 병원으로 전환(신규 진입 제외하는 경우)되면 최대 4조원,3만1000명의 생산 및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되지만 의료비가 2조2000억원 증가하고,의사 1397명이 일시에 영리병원으로 이동해 92개의 중소병원이 폐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리법인의 부작용 해소방안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부작용 해소 방안도 달랐다. KDI는 주로 의료 서비스의 정보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대안을 내놨다. 예를 들어 병원 진료비와 대표적 임상질(의료 서비스의 질) 지표 등의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의료기관의 정보를 모아둔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지식을 확충해주고 환자 진료 정보의 제공 범위를 넓혀 진료비의 부당 청구를 사전에 막는 등의 방안들도 제시했다. 또 기존 비영리 법인은 영리법인 전환을 허용하지 않고 신설하는 경우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흥원은 적극적인 예산 투입을 통해 공공의료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리법인 도입을 역설하는 재정부에 맞불을 놓은 격이다. 진흥원은 비영리 병원 중 일부에 대해 전염병 관리같은 국가적 시책을 펼칠 경우 세제 혜택 및 재정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공익의료법인'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 의료비 중 공공지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약 7조5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역 결과를 놓고도 재정부와 복지부의 해석은 엇갈렸다. 최상목 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지금까지 도입 여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도입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의논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도입을 기정사실화해서는 곤란하며 부작용 차단 방안까지 포함해 원점에서 차분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는 해를 넘겨 두 부처의 힘겨루기 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정책 추진 속도나 모양새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투자 개방형(영리) 의료법인=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들한테 자본금을 조달해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수익 추구형 병원.의료법은 의사,국가,지방자치단체,비영리 법인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병원 형태가 학교법인(세브란스병원),사회복지법인(서울아산 · 삼성서울),의료법인(미즈메디병원),국공립병원 등 대부분 비영리 기관이다. 80%가 자금 부족에 시달린다. 이들 병원에 외부 자본이 투자하면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개인병원과 동네의원은 영리기관이지만 주식회사 병원 전환이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