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측 국가상대 소송…"사건기록 등사포기 종용"

`조두순 사건' 재판 당시 검찰이 영상자료를 뒤늦게 제출해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법정 증언을 시키는 등 2차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아동과 어머니는 검찰이 형사기록 열람ㆍ등사신청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평우)는 15일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이 조두순을 검거한 직후 촬영한 비디오가 담긴 CD가 중요한 증거로 쓰일 수 있음에도 검찰은 항소심 선고 전날에야 이를 제출해 변론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당시 조두순은 자신이 평소 흰머리에 안경을 착용해 피해자가 주장한 가해자 모습과 다르다고 주장했는데 이 때문에 피해아동이 증인신문과정에서 조두순의 변호인으로부터 진범 인상착의에 대해 심하게 추궁당했다는 것이다.

변협은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그가 검은 머리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채 등장하므로 굳이 피해자에게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등 심적 고통을 줄 필요가 없었는데 경찰이 제출한 수사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이 사건이 이슈화되고 나서 피해자 아버지가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형사기록 열람ㆍ등사 신청을 했는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직원이 `민감한 시기에 왜 기록을 보려고 하느냐'며 30여 분간 설득해 포기각서를 제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횟수를 최소한으로 하라는 성폭력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비디오 촬영기 조작 미숙으로 피해아동에게 4차례나 진술을 녹화하게 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이 병원에서 피해 아동을 상대로 조사할 때 다른 환자가 주변에 있음에도 커튼 등으로 가리지 않은 것이나 법률구조공단이 상담신청을 받으면서 피해자ㆍ가해자ㆍ일시장소 등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대한의사협회의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 지침서가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일선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특화된 매뉴얼을 마련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변협은 지난 10월 이명숙 인권이사를 단장으로 '조두순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대검찰청, 경찰청, 대한법률구조공단, 법원행정처 등을 상대로 사건 당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서면 및 방문 조사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