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행세를 하며 사귀던 여자친구 할머니의 돈을 빼돌린 2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5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초 A(81.여)씨는 양손녀 B씨로부터 남자친구라며 박모(27.여)씨를 소개받았다.

귀여운 손녀의 남자친구라는 말에 A씨는 마음을 열었고 집안을 왕래할 정도로 친분이 쌓이자 박씨는 본격적으로 사기행각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박씨는 "집의 세입자가 나가는데 아직 입주자로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아 그러니 돈을 빌려주면 두 달 뒤 갚겠다"며 25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7월에는 "B씨 어머니에게 돈을 빌렸는데 갚아야 한다"며 2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빌리고 나서 갚지 않기도 했다.

A씨의 믿음이 커질수록 박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A씨가 그를 믿고 은행 심부름을 시키자 통장 및 도장 보관장소와 비밀번호를 알게 된 박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12월 사이 5차례에 걸쳐 A씨 방에 몰래 들어가 A씨 아들의 도장으로 예금청구서를 위조해 약 500만원을 찾아 빼돌린 것.

이 과정에서 A씨는 직접 대문을 열어 박씨를 집안에 들일 정도로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박씨의 범행은 그러나 쓰지도 않은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A씨와 A씨 가족들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피해자들은 그동안 가까이 지내온 박씨가 여자라는 점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짧은 머리에 힙합 스타일의 옷차림, 남성의 말투와 행동 때문에 박씨가 여자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부상준 판사는 사기 및 사문서 위조, 주거침입 혐의로 올해 3월 불구속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속이거나 문서를 위조해 1천300여만원을 편취했다.

다만 액수가 그다지 크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했으며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