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학생수를 크게 줄이고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고교체제 개편안을 교육과학기술부가 확정해 10일 발표하자 외고 교장과 학부모들은 외고 존립 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외고는 국제고나 자율형공립고,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전환하거나 학교 규모를 학년별 10학급 25명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데 현재 외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평균 36.5명이며 학급수는 10~12학급이다.

대원ㆍ대일ㆍ서울ㆍ한영ㆍ명덕외고 등 서울의 5개 사립외고 교장들은 개편안이 외고 유지에 방점을 뒀음에도 학교 규모를 축소할 경우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영외고 이택휘 교장은 "지금도 사립외고는 정부보조를 전혀 받지 않아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 상황에서 학생수를 대폭 줄이라는 것은 문 닫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명덕외고 맹강렬 교장은 "학급당 25명 수준으로 줄이라는 건 사실상 `외고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이 수준으로는 예산을 맞출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외고 김희진 교장 역시 "한 반이 25명 정도 된다면 재정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생기고, 국가보조금도 없는 상황이라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질 좋은 외국어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굉장히 많은데 학생수를 줄인다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주장했다.

국제고나 자율형공립고, 자율형사립고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교장들은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영외고 이 교장은 "국제고나 자율고로 전환하려면 준비금으로 일 년 예산의 20%가 필요한데 만성적인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사립외고가 이 돈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일외고 남호법 교장도 "국제고나 자율고로 전환할 것이냐 외고로 남을 것이냐를 선택하라면 외고로 남는 쪽을 고를 것"이라면서 "남게 되더라도 학교 운영에 여러가지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율고로 바꾸면 학생선발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큰 매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명덕외고 맹 교장은 "자율고로 전환할 경우 내신 상위 50% 중 추첨해서 신입생을 뽑아야 하는데 이 경우 지금처럼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없다"며 "특목고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1학년도부터 토플 등 영어인증시험이나 경시대회 성적을 외고 입시전형에 반영할 수 없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입학사정관제의 전면 도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한영외고 이 교장은 "외고 입시에서 필기고사나 경시대회 성적을 빼라는 것은 이미 외고 교장들이 논의했던 내용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도 "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은 어느 정도 말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명덕외고 맹 교장은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지원 자격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만약 지원 자격이 높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고생 학부모들은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원외고 학부모 조광순씨는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결국 외고를 죽이겠다는 것이고, 영어 교육을 강조하는 정부정책과도 모순된다"고 말했다.

경남외고 학부모 최미라씨도 "학급당 25명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며 "외고가 사라지면 현재의 외고 입시에 따른 사교육보다 더 심한 사교육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