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존속으로 가닥…안되면 국제ㆍ자율고 전환
일반고는 수월성 교육 대폭 강화

지난 몇달 간 교육계와 정치권을 달궜던 외고 존폐 논란이 결국 외고 존속으로 가닥이 잡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거쳐 10일 확정, 발표한 외고 등 고교체제 개편안의 핵심은 외고를 존속시키되 규모를 축소하거나 국제고, 자율형 공ㆍ사립고 등 다른 유형의 학교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또 일반고도 특목고 못지않은 교육 수준을 제공하도록 수월성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고 일부 과목에 무학년제, 학점제, 고교 졸업요건제 등을 도입키로 하는 등 고교 교육 체제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말 많던 외고, 존속하나 = 교과부가 지난달 공청회에서 내놓은 외고 개편안은 크게 외고를 존속시키되 국제고, 자율고 등으로 전환하는 1안, 외고 유형을 아예 폐지하고 국제고, 자율고, 일반고 등으로 전환하는 2안 등 두 가지였다.

이 중 교과부는 1안을 최종안으로 선택했다.

또 1안에서 제시했던 외고의 존속 요건을 완화해 외고들이 계속 외고로 남을 수 있는 여지를 한층 넓혔다.

즉 당초 1안에서는 외고로 존속하려면 현재 학급당 학생수(36.5명)를 국제고(20.9명)나 과학고(16.9명) 수준으로 줄이고 학급 수도 6학급 정도로 축소하라고 했지만 이를 `학년별 10학급, 학급당 25명 수준'으로 완화한 것이다.

현재 학급수는 서울의 경우 대원ㆍ대일ㆍ명덕외고가 12학급, 서울ㆍ한영외고가 10학급, 이화외고가 6학급이다.

또 공립외고는 내년 2011학년도 학생 선발 때부터 `학급당 25명 수준'을 적용하도록 했지만 학생수가 더 많은 사립외고는 유예기간을 둬 향후 5년 이내에 학생수용 계획 등 시도 여건에 맞춰 학생수 감축안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는 1안에서 제시됐던 학급 및 학생수 감축안에 대해 `사실상 학교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외고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해 숨통을 열어준 결과로 해석된다.

만약 이러한 존속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학교별로 2012년까지 국제고나 자율형 공ㆍ사립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

◇ 강화되는 일반고 수월성 교육 = 특목고 체제 개편에 맞춰 당장 내년부터 일반계고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수월성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영어, 수학 과목에는 무학년제 및 학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학년 구분없이 영어, 수학 교육과정을 10~15단계로 구성해 단계별로 도달해야 하는 학업성취 수준을 설정한 뒤 이 수준에 도달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국어, 수학, 과학 등을 최소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일정 수업시수와 성취수준을 넘어야 졸업을 시키는 `고교 졸업요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영어, 수학, 과학 등의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최상 단계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고교 대학과정'(Highschool College)을 운영하며, 방학 중 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해 학점으로 인정받는 `대학 과목 선이수제'는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333개 일반계고, 17개 전문계고에서 시범 실시 중인 교과교실제를 점차 확대해 2012년부터 신설되는 학교에 교과교실제가 전면 시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일반계고 가운데 과학, 영어, 예술, 체육 등 일부 과목의 교육과정을 다른 학교보다 강화해 가르치는 과학 중점학교 및 영어 중점학교를 2012년까지 100곳 지정하고, 예술ㆍ체육 중점학교도 내년 30곳 내외를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