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외고는 영어 내신만 반영
토플 등 영어 인증시험ㆍ경시대회 성적 배제

교육과학기술부가 10일 발표한 고교체제 개편안에 따라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를 비롯한 고교의 입시전형 방법도 내년부터 크게 달라진다.

`존속이냐, 폐지냐'로 논란을 빚었던 외고를 존속시키되 학생선발 방식을 바꿔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기존 자립형 사립고 포함) 입시에서는 내년 말 치러지는 2011학년도 입학전형에서부터 입학사정관제가 전면 도입되고, 학교별 지필고사나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 적성검사 등은 할 수 없게 된다.

토플 등 각종 영어 인증시험과 경시대회 수상실적도 전형요소에서 빠지며 외고의 경우 영어 듣기평가가 폐지되고 내신은 중학교 2~3학년의 영어성적만 반영된다.

◇ 외고 등 입시안 개편 = 교과부가 `자기주도 학습 전형'이라 이름 붙인 입학사정관제는 입학사정관이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과 잠재력 등을 평가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비율을 정원의 20% 이상으로 늘리되 공립고는 당장 2011학년도부터 정원의 20%를 선발하고, 사립고는 2011학년도 10%, 2012학년도 15%, 2013학년도 20% 등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학교별 지필고사나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 적성검사 등은 실시할 수 없다.

지필고사 및 변형된 구술면접 등 금지는 기존 입시에서도 적용돼 오던 원칙이었으나 이런 형태의 시험을 치는 학교가 있었다는 지적에 따라 이에 대한 지도ㆍ감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필고사, 구술면접 등과 함께 사교육 유발의 주원인으로 꼽혔던 토플 등 영어 인증시험과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 등은 아예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교 입시에서도 영어 인증시험, 경시대회 성적 등은 전형요소에서 빠지게 된다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또 학생부에 독서 항목을 신설해 학생이 독서를 얼마나 했는지 등을 입학사정관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영어 듣기평가의 경우 외고는 아예 폐지하고 국제고는 지원자의 합격, 불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만 활용하도록 했다.

외고는 학과별로 학생을 선발하고 내신은 중학교 2~3학년의 영어 성적만 반영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학교별로 중학교 전 과목 성적을 보거나 영어 외에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반영해 역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교과부는 이 같은 입시제도 개선을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매뉴얼을 개발, 각 학교에 보급하고 입학사정관 대상 특별연수를 하기로 했다.

시도 교육청이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입학전형 방법이 사교육 증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해 반영하는 `사교육 영향평가제'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아울러 국제중, 자율중 등 중학교 입시에서도 독서 경험이나 학생부, 학교장 추천서 등으로 선발하는 자기주도 학습 전형을 확대하고 지필고사, 영어 인증시험, 경시대회 등의 요소를 배제하도록 할 방침이다.

◇ 외고 교육과정 개편 = 외고는 학생선발 방식과 함께 교육과정도 바뀐다.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입시 위주로 왜곡, 운영돼 왔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외고의 교육목표를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으로 명료하게 규정하고 해당 언어 사용국의 학생을 정원의 일정 범위 내에서 선발하는 방안을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외고 영어과라면 미국, 영국 등 영어권 나라의 학생들을 뽑는다든지 외국 학생도 일정 비율 선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3개 외국어 이수'로 의무화된 전문교과 구성을 `2개 외국어 이하' 줄여 전공 외국어 교육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전공 외국어 이수단위(현행 42단위)도 지금보다 늘리기로 했다.

◇ 고교 전형시기ㆍ유형 개편 = 중장기적으로는 고교 전체의 입학전형 시기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고교 입시는 전기(특목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전문계고), 후기(일반계고)로 나눠 각각 1개 학교만 골라 지원하게 돼 있어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고교를 대학처럼 가, 나, 다군으로 구분해 최대 3곳까지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
예를 들어 가군에는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마이스터고, 나군에는 자율형 공립고, 일반계고, 특성화고, 다군에는 자율형 공립고, 일반계고, 특성화ㆍ전문계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교과부는 전문계고, 예술ㆍ체육고에 이 같은 방안을 우선 적용하고 일반계고는 비평준화 지역, 도(道) 지역부터 희망 학교의 신청을 받아 추진할 계획이다.

고교 유형이 너무 많아 혼란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고교 유형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현재 고교 종류는 일반계고, 전문계고, 특성화고, 특목고, 자율형 공ㆍ사립고, 기숙형고 등으로 나뉘고 특목고는 또 농ㆍ공ㆍ수산ㆍ해양, 과학, 외국어, 예술, 체육, 국제 등 9개 계열로 돼 있다.

교과부는 이 가운데 전문계고와 특성화고 등은 특성화고로, 자율형 공ㆍ사립고와 기숙형고는 자율고로 통일하고 특목고 9개 계열은 4개(과학고, 외고ㆍ국제고, 예술ㆍ체육고, 마이스터고)로 축소하는 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