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의 지난 5년간 대학수학능력 평균성적이 영역별로 최대 85점 이상 차이가 나는 등 학교 ·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 규모가 크고 학원이 많은 지역일수록,부모의 재력보다는 학력이 좋을수록 학생 성적이 좋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일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 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분석은 최근 5년간(2005~2009학년도)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정부가 수능과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고는 상승,과학고는 하락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학교별 수능 표준점수 격차는 언어영역의 경우 최고학교(132.0점)와 최저학교(46.5점) 간 차이가 85.5점,외국어영역은 75.6점,수리(나형)는 79.0점에 달했다,지역별로는 언어영역이 58.2점,외국어영역은 55.9점,수리(나형)는 48.2점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 같은 격차의 원인은 절반가량이 지역 여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시지역 학교들이 읍 · 면지역에 있는 학교들보다 영역별로 평균 7.8~9.7점 높았고,학원이 많은 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 이규재 연구원에 따르면 외고는 2005학년도부터 2009학년도까지 수능 모든 영역에서 높은 점수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했고 1~2등급 비율도 높았다. 자립형사립고(자사고)는 매년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과학고는 수리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평균점수가 하락했다.


◆학교장 리더십이 중요

김진영 건국대 교수는 2009학년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평준화 여부와 지역 내 고교 수,1인당 재산세 등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졸자 부모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아져 그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해당 지역 표준점수가 평균 0.14(수리 나)~0.28점(외국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전영한 서울대 교수는 학업 성취도 보통 이상 비율이 상위 25%인 학교를 분석한 결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교장의 영향력이 강하며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성취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경기 관양고,광주 금호고,전남 원광여고(이상 평준화 지역),경북 울진고,강원 평창고,충남 홍성고,경남 장유고(비평준) 등 지난 5년간 수능 평균성적을 끌어올린 학교들은 학교장과 일반교사의 헌신적 리더십,기숙사 신설 등 학교시설 개선,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 등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은 수학에만 도움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학원이 많은 지역일수록 수능 성적이 3.2(수리 나)~4.0점(언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학원 수강료가 높은 지역은 되레 점수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강상진 연세대 교수는 수학 과외비가 높을수록 수리영역에서 중상위권에 포함될 확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적 하위권에서는 수학 과외의 효과가 특별히 없었다. 언어의 경우 과외비와 수능 상위등급에 포함될 확률이 오히려 '역상관' 관계를 보여 성적이 더 떨어졌으며,외국어는 모든 수능 등급에서 사교육과 연관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