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엄기영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일차적인 이유는 그가 추진해온 '뉴 MBC 플랜'의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9일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엄 사장은 지난달 30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로부터 '뉴 MBC 플랜'의 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후, 부사장과 본부장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도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한 간부는 "'뉴 MBC 플랜'의 성과가 미흡한 것에 대한 책임을 왜 부사장과 본부장만 지느냐는 사내의 여론과 본인의 책임감이 합쳐져 사표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외압이 있었다기 보다는 평소 올곧고 양심적인 성품의 엄 사장이 방문진에 부사장과 본부장의 사표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사표도 함께 낸 측면이 강하다"며 "본인의 자율의지에 의한 것이며, 본인도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엄 사장이 부사장과 본부장들의 사표를 내면서 자신의 사표를 내지 않으면 안팎으로 말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방문진은 '뉴 MBC 플랜' 이행 사항에 대해 "'뉴 MBC 플랜'에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MBC의 경영혁신을 위한 큰 밑그림이 미흡하다.

또 엄 사장이 11월 말까지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방문진은 또한 논란이 됐던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100분 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에 대해서도 "사측의 실체 규명 노력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엄 사장은 11월 말까지 노사협의체인 미래위원회를 통한 단체협약의 재검토, 공정성위원회 운영, 미래전략과 중장기 인력계획의 수립과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뉴 MBC 플랜'을 실시하겠다고 지난 9월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엄 사장의 사퇴나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관측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100분 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 등의 사건 이후 그 여파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엄 사장 거취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방문진은 1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표수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방문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엄 사장이 자신의 재신임을 자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MBC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MBC에서 진행됐던 '대통령과의 대화'를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이 "MBC에 좋은 일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며, 이것이 엄 사장의 잔여 임기 보장을 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엄 사장이 사표를 내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언질을 받은 후 재신임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항간에서는 내년 2월 주총 때 엄 사장이 사장에서 물러나 다른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취임한 엄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11년 2월까지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방문진 분위기를 볼 때 이번 재신임 건에서는 엄 사장을 제외한 일부 간부만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임은진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