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압류 보름 만에 15명 3억3천만원 납부

서울시가 고액 체납자의 은행 대여금고를 압류한 지 보름 만에 15명의 상습 체납자들이 밀린 세금 3억3천여만원을 대부분 일시금으로 완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2일부터 고액 체납자 중 은행에 대여금고를 보유한 384명을 가려내 이들의 대여금고 449개를 압류했다.

은행 통장이나 부동산과 달리 은행 대여금고는 내용물이 무엇인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어 상습 체납자들이 보석이나 채권 등 고가의 자산을 숨겨놓았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이러한 서울시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지서가 나간 직후인 13일 M씨가 2004년부터 밀린 종합소득세와 주민세 등 1천640만원 전액을 일시금으로 냈다.

M씨는 모 은행 압구정동 지점에 대여금고를 만들어 이용하다 이번에 압류 조치를 받자마자 밀린 세금을 전부 내버린 것이다.

15명 중 가장 많은 세금을 낸 체납자는 M씨와 같은 은행 압구정 지점에 대여금고를 갖고 있던 C씨로, 2001년 부과된 양도소득세 등 6천220만원을 세금고지서를 받은 지 8년 만인 지난달 26일 냈다.

시 관계자는 "C씨는 세금이 너무 오래 밀려 있어서 내부적으로 C씨의 밀린 세금을 결손 처리했지만, 이번 대여금고 압류를 통해 8년 만에 겨우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대여금고를 압류당한 고액 체납자 15명이 3억3천만원을 `자진 납세'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납세의무를 저버린 철면피 수준의 고액 체납자들도 대여금고 압류 시도에는 모조리 백기를 든 셈이다.

시는 대여금고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대여금고를 봉인해 사용을 못 하도록 막는데 그쳤지만, 이달부터 체납자를 은행으로 불러 내 대여금고를 열어 금고 속 재산을 공매 처분토록 한다는 것.
금고 공개 작업은 구청 세무 직원들이 주로 담당하지만 1년 넘게 500만원 이상 체납한 경우에는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직접 한다.

시는 체납자가 금고 개봉을 끝내 거부하면 내년 1월부터는 경찰관을 입회시켜 강제로 개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대여금고 소유 체납자 대부분은 상권이 활발한 강남과 영등포, 명동 일대에 대여금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여금고를 개봉한다는 통보가 나가면 납부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