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타임오프 적용 범위가 쟁점

노사정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전격 합의했음에도 노동관계법 시행령이 마련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산별노조를 통한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을 비롯해 교섭창구 단일화의 위헌 소지가 제기되고 타임오프제가 새로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은 향후 각자한테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가려고 치열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 복수노조 허용 유예 쟁점 = 복수노조는 노사정 합의에 따라 2012년 7월부터 허용되며 교섭창구는 단일화된다.

하지만, 현재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기존 노조가 있는 개별 사업장에도 산별노조 지회가 들어설 수 있어 사실상 복수노조가 존재한다.

실제 107개 사업장에서 241개 복수노조가 있다.

따라서 교섭단체 창구단일화가 이뤄지는 2012년 7월 전에 특정 기업에 산별노조를 통한 복수노조가 등장하면 해당 사업장은 모든 노조와 교섭해야만 해 경영진의 노무 비용 증가 등의 혼란이 계속될 소지가 있다.

2012년 7월까지 기존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려고 새 산별노조에 대응하면서 일어날 노노 갈등 역시 우려된다.

노사정이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교섭창구를 단일화 한 점도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노동조합법에 창구단일화를 명문화하고 구체적 방안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창구단일화가 의무화되면 조합원 수가 많은 노조가 교섭권을 가질 가능성이 커 소수 노조는 사실상 교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그동안 정부의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복수노조의 근본 취지를 퇴색시켜 일부 노동자와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기 때문에 수용 불가 견해를 밝혀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4일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노동자와 노조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정이 소수노조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려고 교섭대표 노조에 공정대표 의무를 부여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이를 강제할 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시점이 대선이 있는 2012년 7월이라는 점도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복수노조 도입 방식이 바뀔 수 있다.

◇ 타임오프 도입 쟁점 = 노사정은 내년 7월부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노조활동이 유지되도록 사업장 규모별로 적정한 수준의 타임오프제를 도입키로 하고 노사정이 상반기 중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타임오프제는 사측이 노조 전임자의 임금 전액을 무조건 주는 것을 금지하되, 노조 간부가 노사 교섭 및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노무 관리 업무에 종사한 시간만큼만 임금을 주는 제도다.

노사정 합의안은 노조 간부의 업무 종류별로 근로시간 인정대상을 정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역진적(대기업으로 갈수록 근로인정시간이 줄어드는 형태)인 방식의 총 인정시간 상한제를 병행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타임오프가 인정되는 구체적인 노조 간부의 직무를 놓고서 경영계는 최대한 적게, 노동계는 최대한 폭넓게 설정하려고 또 한차례 샅바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용 시간에 대해서도 재계는 상한선을 두려고 하지만 노동계는 반대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규모별로 근로시간 면제 상한선 설정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를 놓고서도 노사는 물론 노노 간에도 팽팽한 대립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상대적으로 한국노총보다 대기업 산하 노조가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타임오프의 시행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전인데도 300인 미만 중소기업 노조에는 타임오프를 통해 전임자 1~2명이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기업 규모별로 타임오프에 상한선을 두도록 노사정이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함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노사정 합의로 시행령이 마련돼도 사업장마다 여건이 달라 타임오프제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두고 사업장마다 교섭을 벌이면서 교섭과 협약체결이 지연되고 노사관계가 악화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