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를 위해 신설된 각종 제도를 제대로 시행해 본 뒤 효과가 없으면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 "(A제약 전략기획담당 부사장)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도 지난해 국회에서 반대했던 제도다. 법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에 따라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편법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박은수 민주당 의원)

"제약사는 물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까지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를 도입하지 않고 리베이트를 없애겠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송미옥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장)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절감과 리베이트 근절을 목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의약품저가구매인센티브제'에 대한 업계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평가는 '하지하책(下之下策)'으로 요약된다. 얼핏 보면 정부 주장대로 약값이 싸질 수는 있다. 문제는 영세 제약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정부의 저가구매 인센티브보다 더 높은 수준의 리베이트를 병의원에 물밑으로 제시하면서 발등의 불인 리베이트 근절은 더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강행된다 해도 구매력이 강한 종합병원과 대형 약국의 약값이 주로 내려갈 공산이 크다. 동네 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부담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점에서 제약업계가 대안으로 내놓은 '처방총액절감제'는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제도는 의사가 환자에게 꼭 필요한 종류의 약을 적정량만큼만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자는 안 먹어도 될 약을 비싸게 사먹지 않아도 되며 정부로선 보험지급 대상 약품 총량이 줄어들어 보험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방이 줄어들면 매출도 감소하는 만큼 제약업계 입장에서도 '고육지책'인 셈이다. 장우순 제약협회 유통약가팀장은 "병의원만 수혜를 입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보다는 더 공평한 제도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라며 "무엇보다 의약품 소비자인 환자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과잉처방'논란이 끊이지 않은 국내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병의원의 1회처방 평균 의약품 품목수는 4.16종(2007년 기준).이는 미국(1.97종)이나 독일(1.98종) 등에 비해 두 배 이상이며 일본(3종)에 비해서도 많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2007년 '약 처방 품목수만 줄여도 건보재정을 매년 10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기존 재정지출 구조를 개선,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는 게 순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구조 선진화의 본질적 목표는 리베이트 근절과 합리적 약가 확보인 만큼 이를 달성할 보다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리베이트 신고 포상금을 대폭 늘리고 적발 품목을 보험지급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등 강력한 통제장치를 시행하면 약값 거품도 자연스럽게 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경 숙명여대 약대 교수는 "주는 쪽(제약사)과 받는 쪽(병의원)을 똑같이 처벌하는 쌍벌죄와 시민 신고포상제를 적절히 운용하면 리베이트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약값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의약품 공개경쟁입찰제를 확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지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할 때까지만이라도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필요한 때에 적정한 가격으로,필요한 물량의 의약품을 확보할 수 있는 '의약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R&D 투자확대→고용창출→신약개발→수출확대→재투자라는 선순환 고리부터 완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식의약산업단 팀장은 "세계 각국이 신종플루 사태로 인해 신약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등 의약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을 때인지 아니면 키울 때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