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시다발 수사로 균형잡는 모양새
집권 중반기 `권력형 비리' 경고 성격도

`대한통운 비자금' 조성 사건과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공교롭게도 전.현 정부의 실세 정치인들을 동시에 겨누는 양상이다.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여파로 거악 척결의 상징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마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가는 등 한동안 정치권 수사를 중단하다시피 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검찰은 검찰총장 임명을 둘러싼 잡음으로 한동안 조직을 추스르지 못하다가 어렵사리 김준규 총장체제로 배를 갈아탔지만 역시 한동안 수사기법 개선 및 체제정비에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물밑에서 권력형 및 토착비리 척결을 위한 첩보수집은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회있을 때마다 공직비리 척결 등 검찰 본연의 임무를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15일 제6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강조했었다.

이런 맥락을 파악하고 이번에 검찰이 여의도 정치권을 겨냥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면 몇가지 면에서 예사롭지 않아보인다.

일단 수사 대상이 여야의 힘있는 정치인들이어서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만만치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 정치권을 향해 본격적인 수사재개에 나선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역대 정권마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권력형 비리가 등장했던 만큼 이번 수사는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경고의 성격도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정치권 수사는 이런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 참여정부 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의원에게 제공했는지를 포함해 구 정권의 실세 정치인이었던 J씨와 K씨 등과도 접촉이 있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친이(親이명박)'계인 공성진 의원이 스테이트 월셔 골프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 골프장 회장 공모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았는지를 조사 중이며, 같은당 H의원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이번 검찰 수사가 야당의 구 여권 핵심인사들과 현 여당의 실세 정치인을 겨냥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역대 정권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때마다 `표적수사' `편파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나름대로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특수2부가 진행 중인 신동아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관심거리다.

국민의 정부 때 관급공사를 수주해 급성장한 일해토건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덩치가 훨씬 큰 신동아건설을 인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당시 정권의 특혜가 있었는지를 놓고 시비가 일기도 했다.

이 사건도 옛 여권 실세들을 겨냥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인수 이후 상당한 시일이 흘렀고, 검찰은 우선 비자금 수사에 주력한다는 입장이어서 폭발력이 어느정도인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올 초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후폭풍과 검찰총장 인선을 놓고 불거진 잡음 등으로 한동안 특수사건 수사실적을 내놓지 못해던 검찰이 연말을 전후로 신구(新舊) 여권의 실세 정치인들의 비리의혹의 실체를 파헤칠 수 있을지 새삼 주목되는 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