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기간에 발생한 열차 지연으로 한 고교생이 면접시간에 늦어 서울대 진학의 꿈을 접게 됐다.

4일 경기도 시흥시 소래고등학교에 따르면 올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농생명공학과에 지원한 소래고 3학년 이희준(18)군은 지난달 27일 9시로 예정된 2차 전형 면접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서울대 진학의 꿈을 포기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이군은 면접시간 2시간 전인 오전 7시 부천 소사역에서 전철을 기다렸으나 구로역 전동차 사고로 열차가 지연됐다.

당시 구로역 열차사고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군 기관사의 운전미숙으로 선로전환기계가 조장 나 발생한 것으로 인천.수원발 청량리행 열차 운행시간이 40분에서 1시간정도 지연됐다.

이군은 우여곡절 끝에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탔지만 서울대에 9시20분에 도착하는 바람에 면접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군은 이날 면접의 오전 첫 조에 편성됐고 첫 조 면접은 이 군이 도착하기 10분 전 끝났다.

이군의 부모는 전화로 "오후 면접조에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대학 측에 사정했으나 서울대는 원칙을 들어 면접을 허용하지 않았다.

면접점수가 총점의 10%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합격이 어렵게 됐다.

자연계열 전교 1등인 이군은 연세대 기계공학과와 성균관대 공학계열에 이미 합격한 상태지만 가정형편상 입학금과 등록금 1천400만원 마련할 수 없어 사립대 진학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군은 고교 3년간 학비도 학교 장학금으로 충당했다.

사업에 실패해 화물차 운전과 마을 도서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이군 부모는 서울대 면접 당일 일터에서 발만 굴러야 했다.

이군이 면접을 보지 못한 사실을 전해들은 소래고 측이 서울대에 여러 차례 구제를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소래고 이진한 3학년부장교사는 "파업으로 인한 열차사고로 면접에 지각했다면 천재지변에 해당되지 않느냐"며 "희준이에게 잘못이 없는데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야속하다"고 말했다.

소래고 홍원표 교장은 "철도노조에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군은 "열심히 준비했는데 난감하고 안타깝다.

그래도 잘 되겠죠"라며 웃음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시흥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