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투신 줄어들자 한강에서 `첨벙' 급증
마포대교 1위 `불명예'…CCTV 등 대책 시행

서울시가 자살 사고가 잦은 지하철에 스크린 도어(안전문)를 설치한 이후 지하철 자살 시도가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강 투신자살이 급증해 지하철 자살을 포기한 이들이 한강을 찾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시의회 안희옥(한나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자살 시도로 인한 출동 건수는 2007년 165건에서 작년 66건, 올해는 9월까지 47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연도별로 2007년에는 63명이 구조되고 23명은 목숨을 잃었지만, 작년에는 37명이 목숨을 건지고 26명이 숨졌다.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34명이 구조됐으나 23명은 숨졌다.

지하철 자살 시도가 줄어든 것은 단연 스크린 도어 덕분이다.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역에서는 단 한 건의 자살 시도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 도어로 철로가 막혀 자살 충동이 생겨도 뛰어내릴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강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크린 도어로 막힌 지하철 대신 아무런 장애가 없는 한강 다리를 찾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강다리에서 자살한 사람은 2007년 491명에서 작년 475명으로 잠시 줄었지만 올해는 9월까지 이미 작년 수준을 넘긴 479명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남은 3개월을 넣어서 계산하면 올해 말까지는 한강 투신 자살자가 60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수년간 지속된 경기불황이 올해부터 차츰 회복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한강투신 자살의 증가세는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살자가 가장 많은 다리는 마포대교로 나타났다.

2007년 이후 올해 9월까지 한강다리 중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진 사람은 191명으로 전체(1천445명)의 13.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한강대교(151명), 원효대교(97명), 성산대교(85명), 양화대교(83명), 영동대교와 잠실대교(각 72명), 동작대교(63명), 서강대교(61명), 한남대교(57)명 등 순이었다.

안 의원은 "급증하는 한강 자살 사건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고 강조하고 "서울시는 한강 다리에 투신방지용 벽을 설치하는 등 충동적인 자살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인구를 끌어와 한강을 활성화하겠다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서울시로선 한강에서 투신 자살자가 늘어나는 것이 매우 당혹스럽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살 사건이 많은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등에 자살 예방을 위한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등 종합 대책을 9월 마련해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