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원칙.여론에 밀려…민노총 `冬鬪' 차질

철도노조가 파업돌입 8일 만인 3일 정부와 사측의 전방위 압박과 부정적인 여론 등에 밀려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철도노조의 전격적인 파업철회 선언은 정부가 법질서 확립이란 원칙에 따라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데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의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한 가운데 조합원이 속속 이탈하면서 투쟁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등 더 이상 파업을 끌고나갈 여력이 없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철회에도 사측인 코레일은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 등을 계속 추진할 방침을 천명, 노조로서는 상당 기간 파업의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다.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무임금이란 현안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산하 노조의 주력부대인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 `법과 원칙' 전방위 압박에 후퇴 =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 정부와 사측이 갈수록 전방위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노조는 정면대응보다는 조직보전을 통한 생존의 길을 택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정부의 강력 대응은 '공공부문 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을 심각한 문제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해 원칙을 갖고 엄정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코레일 비상상황실을 찾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대체인력을 늘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경찰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동시에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기태 노조위원장 등 파업 주동자 검거에 나섰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도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파업을 중단할 것으로 호소했고, 이 같은 호소에 공감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도 높아만 갔다.

이런 가운데 KBS 노조가 김인규 신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2일 파업이 부결된 것도 연대파업을 내심 기대했던 철도노조를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사측은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와 사상 최대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추진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노조를 밀어부쳤다.

이런 와중에 이날 오전까지 파업참가자 1만1천718명 중 13.8%인 1천614명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노조의 파업의지를 약화시켰고, 지도부는 결국 조직보전을 위해 파업철회를 선언하게 됐다.

◇ 물건너간 冬鬪…민노총 타격 = 철도노조의 전격적인 파업 철회로 상부조직인 민주노총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속노조와 공공부문 노조를 양대 축으로 하는 민노총은 올들어 금속노조 소속의 최고 주력부대인 현대차 노조 지도부에 온건파가 들어선 데다 쌍용차 노조가 정부의 원칙적인 대응에 밀려 사실상 와해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특히 공공부문 산하 주력조직인 철도노조마저 맥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민노총은 양날개가 모두 꺾여버린 셈이 됐다.

민노총은 철도노조의 파업이 지속되고 KBS노조가 파업에 가세하면 `12월 동투(冬鬪)'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이 이날 오후 늦게까지 철도노조가 파업 철회를 선언할 것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단체가 철도파업에 적지않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유추를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노총의 입장 급선회로 연대에 금이 간 상황이라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민노총이 체감할 충격파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과 연대를 통해 양대 노총이 총결집하는 형태의 연말 총파업을 예고했던 민노총으로서는 투쟁동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반쪽짜리 총파업을 강행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