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전국 철도파업이 사상 최장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측은 '3차 파업을 준비하겠다'는 노조의 발언을 현장복귀 투쟁으로 간주,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혀 노사협상 재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조 측이 파업철회를 선언한 만큼 코레일측이 교섭에 불응하더라도 4일 노조의 업무복귀는 이뤄질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파업철회 기자회견에서 '시민불안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부의 고강도 전방위 압박과 싸늘한 여론에 밀려 사실상 백기를 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의 파괴력이 기대에 못 미친데다 파업참가 조합원의 이탈 도미노도 투쟁동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코레일 측은 노조의 파업철회 직후 "이번 복귀는 3차 파업을 위한 일시 파업중지로 판단한다"며 "노조가 더 이상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선언을 해야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의 불법파업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과 정부의 원칙 대응에 밀렸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여론이 등을 돌린 데다 대다수 조합원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이어갈 경우 자칫 노조의 존립기반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강력한 원칙적 대응'을 잇달아 강조하고,코레일도 대량 해고를 적극 검토하면서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크게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고,노조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심리적으로 노조를 압박했다.

정부와 코레일 측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지난 1일과 2일 500여명에 이어 이날도 440명이 현장으로 복귀하는 등 파업 이탈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TV시청을 금지하는가 하면 사측의 복귀 권고 전화를 받지 못하도록 조합원들의 휴대폰을 수거하기도 했지만 내부 동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파업 악순환 고리 끊겠다"

코레일 측은 노조가 파업 철회에도 불구,파업가담자 징계는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은 현재 파업 적극 가담자 884명을 직위해제한 상태다. 또 해고자를 포함, 197명을 고소해 놓고 있다. 코레일 측은 노조의 향후 행보에 따라 '대량 해고'라는 초강수까지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만큼 법에 따라 엄정처벌함으로써 파업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다. 코레일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조합원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고질적인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각오로 대량 해고도 감수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내부에서는 해고 조합원이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코레일 측은 직위해제된 884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14일 대전 본사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대량 해고에 대비,퇴직자들을 재고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파업 포기 선언해야 협상할 것"

코레일 측이 "노조의 조건 없는 파업포기 선언이 없으면 노사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노조의 향후 대응에 따라 노사협상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의 강경 기조 고수에도 불구,노조가 즉시 재파업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파업철회를 선언한 만큼 재파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현장의 투쟁동력 결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복귀로 파업 동력을 잃은 지도부가 곧바로 파업을 강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현장투쟁(태업)에 대비해 비상근무체제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대전지역 노조원들은 이날 밤 소속 지부별로 총회를 여는 등 업무 복귀절차를 밟았다. 철도노조 대전본부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했던 대전역지부와 대전기관차지부 등 18개 지부 소속 노조원 1000여명은 지부별로 총회를 갖고 4일 오전 9시까지 소속부서로 복귀키로 했다.

김동민/대전=백창현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