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업체 A사 노조원들은 올해 200시간의 파업으로 1인당 103만원의 임금 손실을 입었다. '무(無)노동 · 무(無)임금' 원칙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 전임자들은 예외였다. 노조 전임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닌 만큼 '무노동 · 무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회사 측을 압박해 돈을 받아냈다. A사 관계자는 "기존 판례를 볼 때 법정 싸움으로 끌고 가더라도 이길 가능성이 적어 노조 요구를 들어줬다"며 "전임자들에 한해 파업기간 중의 임금과 매달 75시간의 초과근로수당을 고스란히 내줬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판례를 통해 본 노조전임자의 행태' 보고서에서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이 숱한 부작용을 빚고 있으며,장기 파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파업기간 중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과 관련한 판례 대부분이 노조에 유리하게 돼 있으며,드물게 소송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생계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금협상 결렬로 9개월간의 파업을 겪었던 의류업체 B사.이 회사 경영진은 무노동 · 무임금 원칙을 근로자들과 노조 전임자에게 모두 적용,파업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노조 전임자들은 곧바로 법원에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다른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사측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B사는 소송에서 이겼음에도 불구,노조원 모두에게 임금 외에 생계지원금 100만원씩을 주기로 했다. 판결을 엄정히 적용하면 노조와 반목을 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용이 전경련 노사정책팀장은 "전임자들이 조합비로 급여를 받았다면 조합원들은 월급을 못받는 상황에서 자기들만 돈을 받겠다고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노조 재정으로 전임자 급여를 지급하는 것만이 불합리한 관행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이 바뀐다 하더라도 사측에 임금 이외의 명목으로 노조 전임자들이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보안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13년 전부터 노동계가 전임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전임자 숫자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평균 152.7명이던 노조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숫자는 지난해 149.2명으로 오히려 3.5명 감소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