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둘러싼 노사정 협상이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총 탈퇴'라는 변수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내 최대 노조가 조직돼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은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회원사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어 더는 회원사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경총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노사 문제와 관련해 재계 입장을 대변해온 경총을 신뢰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어서 복수노조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관계법의 시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경총은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사업임에도 노사관계의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경총의 존속을 위한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우며 존재 목적에 역행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006년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시행과 관련해 3년간의 추가 유예를 결정했던 경총이 최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또다시 복수노조 허용의 유예 쪽으로 기울자 '경총 탈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경총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이 같은 선언에 대해 "아직 탈퇴를 공식 통보받은 바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과 함께 전체 회비의 절반정도를 부담하고 있는 주력 회원사의 탈퇴 선언에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더군다나 주요 회원사의 탈퇴 선언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적지 않아 고민이 커 보인다.

이 때문인지 경총 관계자는 "복수노조 허용문제와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복수노조 허용문제에 대해 사업장마다 견해차가 있어 이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 문제를 놓고 현대기아차 측과 대화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셈이다.

반면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혼란 등을 우려하는 삼성,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이 제도를 유예하려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래선지 현대기아차의 경총 탈퇴를 '돌발 행동'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경총은 4천 개의 회원사를 둔 재계 대변 기구"라며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노동관계법과 관련해 경총을 통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복수노조 허용 등을 둘러싸고 노사 뿐만 아니라 사용차 측 견해도 다른 상황이어서 노동관계법 협상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펼쳐지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