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오늘 비상회의서 진로 논의…경총 일부 회원사 반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현안을 둘러싼 한국노총과 경영자총협회간 협상의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 최근의 입장 선회에 대한 반발이 생긴 데다 일부 경총 회원사들이 불만을 표출하면서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가 더 꼬여가는 형국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민주노총과 연대 투쟁의 틀을 깨고 재계와 협상에 나섰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에 내분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화학노련에 이어 2일 공공연맹 및 금속노련 산하 시도지역본부 등에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성명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3일 오후 산별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경영자총협회와의 협상 최종 결렬 여부와 12월 총파업 강행 선언 여부 등을 논의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오늘 비상대책회의의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난국에 대해 구성원의 입장을 수렴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자리다.

조직을 재정비해 투쟁대열에 나설 것인지, 협상에 임할 것인지를 놓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격으로 경총도 일부 회원사들의 반발로 협상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이날 "복수노조 허용 등과 관련해 경총과 견해차가 크다"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현대기아차의 입장에 반해 경총이 복수 노조 허용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한국노총과 사실상 합의한 데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노총과 다시 만날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한노총과 경총은 전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나라당ㆍ노동부ㆍ한국노총ㆍ경총 4자 회동에 앞서 이견을 조율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추가협상 시간을 달라며 한나라당에 4자 회동 불참을 통보하고 밤늦게까지 물밑 논의를 벌였다.

양측은 복수노조 허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사실상 합의했지만,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자 노동부는 중재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처지를 반영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내년부터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해 연착륙시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여전히 전임자 임금 지급과 관련해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법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어 추후 노사당정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 등 2개 노동관계법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여론수렴을 거쳐 당론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노사정을 모두 만족하게 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