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0년 자전거 탔지만 이렇게 코스를 그어놓고 타보라고 하니까 정말 어렵네요. 너무 긴장해서 겨울인데도 땀이 다 납니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메인스타디움 옆 실외 인라인스케이트장 바닥에 '8'자, 'T'자, 'ㄹ'자형 코스가 그려졌다.

마치 자동차면허시험장의 기능시험장 같지만 실은 전국 최초로 시행된 자전거교사 인증테스트용 코스다.

서울시가 주관한 이날 테스트에 참가한 시험자는 모두 50명. 공무원과 시민단체 활동가,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자전거 경력도 '한 50년' 된다는 베테랑부터 지난해 처음 자전거를 배웠다는 사람까지 제각각이었다.

참가자들은 먼저 메인스타디움 내 빈 사무실에 모여 25분 동안 필기시험을 치렀다.

자전거의 원리, 교통법규, 자전거 시책, 올바른 자전거타기 등에 관한 문제가 25문항 출제됐다.

필기시험이 그리 어렵지 않았는지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기능시험장에 들어섰지만, 바닥에 그려진 코스를 접하자 얼굴이 굳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통과해야 하는 코스의 폭이 고작 1m에 불과했던 것. 자전거 바퀴가 선 밖으로 나가면 감점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렇게 폭이 좁은데 어떻게 'ㄹ'자 코스를 통과하느냐"며 엄살을 부렸지만 서울시 자전거문화팀 조동철 주임은 "자전거교사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라고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 번째로 기능시험장에 들어선 사람은 어린이안전재단에서 어린이안전교육을 맡은 이경희(50)씨였다.

코흘리개 꼬마일 때부터 자전거를 탔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자전거 고수' 이씨도 폭이 1m에 불과한 코스를 통과하는 데는 애를 먹었다.

'ㄹ'자 코스의 직각으로 꺾이는 부분에서는 거의 정지하다시피 조심조심 자전거를 몰았지만 결국 두 차례 감점을 당하고 말았다.

기능시험을 마친 이씨는 다소 풀이 죽은 표정으로 주행시험에 나섰다.

주행시험은 건널목과 요철, 신호등, 돌발상황, U턴, 내리막길, 오르막길 구간 등으로 구성됐으며 1.5㎞ 구간을 10분 안에 완주해야 한다.

모든 시험을 마친 이씨는 "그동안 자전거를 너무 쉽게 탄 것 같다"며 "이 정도 코스라면 합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조동철 주임은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탄 분들은 많지만 자전거 타는 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전문적인 자전거 교사를 육성하려면 과학적인 교육과 엄격한 인증시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12일 자전거교사 지원자 120여명을 상대로 이론 및 실기 교육을 했으며, 교육이수자를 대상으로 이달 1일부터 인증 테스트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3일까지 테스트를 한 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모두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은 지원자에게 자전거교사 자격증을 수여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